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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다이버는 물과 다투지 않는다, 유령해파리처럼

등록 2019-01-10 17:57수정 2019-01-10 20:09

[애니멀피플] 김지현의 독도 아리랑
희고 넓적한 머리와 길이 10m 촉수, 유령처럼 조류 타
촉수 사이는 어린 물고기 피난처…대형 종이지만 큰 피해 없어
독도 인근 바다에서 다이버와 함께 유영하는 유령해파리.
독도 인근 바다에서 다이버와 함께 유영하는 유령해파리.
물속에서 유영하는 해파리를 보고 있노라면, 다이버가 추구하는 잠수의 궁극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다이버는 물과 대결구도를 이루어서는 안 된다. 물과 다투지 않는다. 다이버는 전신의 감각으로 물의 미세한 흐름과 성질에 순응한다. 그 순응은 들이마시고 내뱉는 호흡과 오리발 차기의 다스림에서 완성된다. 완벽한 ‘중성 부력’은 다이빙의 꽃이다. 이 중성 부력으로 다이버는 바닷속 모든 은밀하고 후미진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닌다. 잠수 물리와 잠수 생리가 극적인 형태로 만나는 현장이 물속에 있는 다이버의 몸이다.

물속에서 다이버의 모든 동작은 물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고 매끄럽게 이루어진다. 그래야 피곤이 덜하다. 물속에서 다이버는 근육의 힘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느낌으로 움직인다. 물속에는 길이 없다. 물길이 있을 뿐이다. 물의 흐름을 감지하여 전후좌우 상하로 방향을 잡아 나아가는 것은 오롯이 다이버의 몫이다.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동작이다. 물속에서 다이버는 절대 고독과 완전한 자유와 주체적 자아실현의 갈림길에 선다. 물속에서 도(道)를 깨우칠 수 있는 자, 그는 이미 이승을 벗어난 자이다.

물속에서 다이버는 발이 바닥에 닿지 않고 바닥과 수평을 이루도록 몸이 떠 있어야 한다. 발이 바닥에 닿으면 초보 다이버이다. 무의미해진 중력은 온몸으로 조여오는 수압으로 대체되고 수경을 통해서만 앞을 볼 수 있다.

물속 해파리도 힘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파도와 너울과 조류를 온몸으로 받아들여 순응하면서 전진과 후퇴, 상승과 하강, 멈춤과 이동을 한다. 순간적인 몸통의 수축 · 팽창 · 확산을 통해 결정한다.

유령해파리(학명 Cyanea nozakii)는 주로 표층에서 수심 5m 사이에서 살아간다. 이 종은 우산의 지름이 50㎝에 이르는 대형 종이다. 몸체의 색깔이 흰 편이고 기다란 촉수를 드리워 ‘유령’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 같다. 10m에 이르는 길고 가느다란 촉수 사이에 전갱이 등 어린 물고기들이 모여 살기도 한다. 물고기들은 촉수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지만, 슬쩍 닿아도 독이 약해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해파리가 그물에 걸렸을 때 촉수에 심하게 쏘인 물고기는 죽는다. 크게 자란 물고기는 촉수를 떠난다.

한국·일본·중국 등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이 해파리는 대형 종에 속하지만, 대량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어업에 끼치는 피해는 크지 않다.

김지현 군산대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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