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 탐험
각기 특별한 행동으로 여름 더위를 식히는 동물들
펭귄·북극곰, 동물원 여건 안 되면 키우지 말아야
각기 특별한 행동으로 여름 더위를 식히는 동물들
펭귄·북극곰, 동물원 여건 안 되면 키우지 말아야
열대 조류인 토코투칸는 덩치에 비해 부리가 크다. 부리에는 혈관이 그물망처럼 깔려있어 체온을 떨어뜨린다. 존 핸슨/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코끼리가 귀를 팔랑거리는 이유 동물은 항온동물과 변온동물로 나뉜다. 조류와 포유류 등은 항온동물로 체내 온도가 항상 일정한 온도로 유지된다. 더울 땐 땀을 흘리거나 열을 발산해 체온을 낮추고, 추울 땐 섭취한 음식물에서 열을 얻는다. 곰 같은 야생동물은 추운 겨울에 체온을 끌어 올릴 만큼 먹이가 충분하지 않아 아예 포기하고 겨울잠을 잔다. 개구리, 뱀, 붕어 등은 변온동물로 체온이 주위의 온도에 따라 변한다. 그렇다고 주위 온도에 무한정 맞춰지진 않는다. 보통 대기 온도가 섭씨 5~10도에서부터 35~40도인 지역으로 변온동물의 분포가 제한된다. 폭염이 계속되면 여름잠을 자면서 더위를 피한다. 더위보다 겨울이 문제다.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면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아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겨울잠을 잔다. 곰의 겨울잠은 짧고 얕지만, 변온동물은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을 만큼 기온이 올라가는 봄까지 깊은 잠에 빠진다. 사람은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춘다. 땀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가 체온이 떨어지는 원리다. 동물도 그럴까? 야생동물은 사람과 다르다. 새, 호랑이, 코끼리 등이 사람처럼 땀을 줄줄 흘린다면 순식간에 탈진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사람처럼 즉시 수분을 보충할 수 없어 죽을 수도 있어서 그렇게 진화하지 않았다. 야생동물은 열을 발산시켜 체온을 낮추는 쪽으로 진화했다.
코끼리가 귀를 팔랑거리면 혈액 온도가 낮아지고, 이 혈액이 온몸으로 돌면서 체온이 떨어진다. 보츠와나 초베국립공원의 아프리카코끼리.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앞발을 핥는 캥거루, 헉헉거리는 개 앞발을 핥는 캥거루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덥지 않을 때 앞발을 핥는 것은 깨끗하게 하려는 것이고, 더울 땐 더위를 피하려는 독특한 행동이다. 캥거루 앞발에 특별히 혈관이 많이 지나간다. 체온이 올라가면 캥거루는 앞발이 촉촉하게 젖을 때까지 혀로 핥는다. 앞발에 묻은 침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빼앗아 자연스럽게 체온이 낮아진다. 개, 돼지는 더울 때 입을 벌리려고 혀를 밖으로 쭉 빼 헉헉거린다. 땀 대신 열기를 품은 촉촉한 숨을 내뱉고, 따뜻한 혀를 시원한 공기와 접촉해서 체온을 낮추려는 행동이다. 코끼리가 귀를 팔랑거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막에 서식하는 동물은 아무리 더워도 입 밖으로 수분이 함유된 공기를 내보내지 않는다. 뜨거운 체온만 식힌다. 물이 귀해 체내에 있는 수분을 한 방울이라도 빼앗기지 않아야 살 수 있어서 그렇게 진화했다.
캥거루가 덥지 않을 때 앞발을 핥는 것은 깨끗하게 하려는 것이고, 더울 땐 더위를 피하려는 독특한 행동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북극곰은 여건 안 되면 키우지 말라 야생에서 더위를 이렇게 피한다는 얘기다. 서식지와 생태 환경이 다른 동물원에 있는 놈들은 조금 다르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행동풍부화라는 프로그램으로 서식지와 비슷한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어, 더울 때 스스로 그늘을 찾거나 목욕하거나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거나 선택할 곳이 많다. 그럴지라도 조상 대대로 추운 곳에 살아서 지글지글 끓는 여름을 견뎌내기 힘든 펭귄과 북극곰을 우리나라에서 기르는 것이 적합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놈들을 데리고 있으려면 서식지처럼 살기 좋게 제대로 해주든지, 그렇게 못 해주면 아예 기르지 말아야 한다.
지난 2013년 1월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북극곰이 먹이를 바라보고 있다. 동물복지적인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에버랜드는 올해 11월 북극곰 ‘통키’를 영국 요크셔동물원으로 이주시키기로 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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