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5m인 독도 가제 굴에서 촬영한 거미불가사리류. 야행성이고 공격을 받으면 팔을 쉽게 잘라낸다.
다이버에게 장비는 몸의 일부다. 다이빙 장비는 물속에서 물고기 같이 되고자 하는 인간 염원의 결과물이다.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에 들어가 물고기처럼 유영하는 다이버는 두 발 보행 때 몸을 속박하던 중력으로부터 해방된다.
다이버에게 꼭 있어야 할 장비는 공기통, 호흡기, 물안경이다. 여기에 오리발, 잠수복, 부력조절기가 있으면 된다. 추가로 칼, 나침반, 호흡 보조기(옥토퍼스)에다 컴퓨터까지 구비하면 완벽하다. 제한된 지역에서 제한된 수심과 시간 동안 다이빙하지만, 그래도 수심 20m에서 몸길이가 120㎝나
되는 큰양놀래기(나폴레옹 피시)와 함께 유영하는 것은 육지생물인 인간에게 축제이다. 이때 장비는 내 몸이다.
물속 세계를 내 몸이 인식하는 느낌은 뻐근하고도 숨 가쁘다. 이 낯선 경험은 중독성이 있다. 다이버도 규칙적으로 물에 들어가고픈 유혹에 시달린다. 이것이 물 중독(waterholic)이다.
거미불가사리류(Ophiothrix sp.)는 독도 연안 수심 10m 안팎의 큰 자갈 밑에서 볼 수 있다. 팔을 포함한 몸통 길이가 8㎝쯤인 중형 불가사리이다. 각각의 팔에는 주로 가장자리 부근을 따라 길이 3㎜의 옅은 갈색 가시들이 돋아있다. 팔은 쉽게 떨어져 나간다. 빛을 아주 싫어한다.
거미불가사리류는 다섯 개의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빠르게 이동한다. 이 종은 몸체가 유연하고 아주 연약하다. 작은 충격에도 팔이 부스러진다. 만지기만 해도 팔이 끊긴다. 그러나 잘린 팔은 다시 재생된다. 야행성이라서 낮에는 거의 볼 수가 없다. 자갈 밑이나 틈바구니에 숨어 있다. 빛을 싫어하여 노출되면 급하게 어두운 곳을 찾아 피한다. 놀래기류가 이 불가사리를 통째로 집어삼키거나, 떨어진 팔을 즐겨 먹어치운다.
이 종을 낮에 촬영하려면 자갈밭이나 모래밭에서 있는 주먹 세 개 크기의 돌덩어리를 뒤집으면 된다. 카메라와 스트로보를 미리 조절하여, 촬영준비를 마친 후에 조용히 돌덩어리를 왼손으로 뒤집으면서 오른손으로 셔터를 신속하게 눌러야 한다. 단 한 번에 몸통 전체를 촬영할 수는 없다. 여러 번 반복해서 모습을 담을 수 있다.
군산대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