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자체적으로 ‘천원의 아침밥’을 시작한 한남대에서 학생들이 아침밥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남대 제공
대학생들이 1000원으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인기를 끌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지원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수도권 대학들처럼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지방 대학들 처지에선 천원의 아침밥을 확대할 경우 추가로 투입해야 할 예산이 적잖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여론의 호응이 큰 상황에서 지자체들로선 중앙정부 사업이란 이유로 나 몰라라 외면할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충청남도는 아예 ‘충남형 천원의 아침밥’이란 이름을 붙여 지자체 지원을 명문화할 참이다. 충남형 아침밥에선 도가 한끼에 최대 2000원을 지원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충남 지역 대학들은 정부 지원금을 더해 한끼에 최대 3000원까지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충청남도에 앞서 제주도와 서울시, 전라북도, 경기도, 전라남도도 천원의 아침밥에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제주도는 학생 한명당 2000원을, 서울시와 전라남도는 1000원을, 전라북도는 각 시·군과 함께 500원씩 1000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전시와 광주시, 인천시, 울산시, 경상남도 등은 예산 지원을 검토 중이다.
천원의 아침밥은 대학생들이 1000원만 내면 아침을 먹을 수 있도록 정부가 대학에 일부 예산을 지원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사업이다. 2012년 순천향대를 시작으로 전남대, 서울대, 부산대, 충남대, 성균관대 등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던 사업을 2017년 정부가 정식으로 정책화했다. 밥값에서 학생과 정부가 각각 1000원씩을 내고 나머지는 대학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농식품부가 애초 사업 목적으로 내세운 것은 ‘쌀 소비문화 확산’이지만, 최근 고물가가 겹치면서 청년을 위한 복지 정책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실제 농식품부는 지난 3월 천원의 아침밥 참여 학교로 전국 41개 대학을 선정해 발표했으나,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규모를 69만명에서 150만명으로 2배 이상 늘려 참여 대학을 추가 모집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진행한 2차 모집에 전국 94개 대학이 신청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21개, 인천 3개, 경기 15개, 강원 3개, 대전 7개, 충남 8개, 충북 4개, 부산 3개, 울산 1개, 대구 2개, 경남 4개, 경북 8개, 광주 3개, 전남 3개, 전북 6개, 제주 3개 대학이다.
지자체들이 천원의 아침밥 지원에 나서는 것은 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의 학생도 혜택을 보려면 지자체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여론 때문이다. 실제 학교부담금이 걱정인 대학들은 지자체 지원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 2차 모집에 신청서를 낸 대전의 한 대학 관계자는 “여론 때문에 사업 참여 신청을 하긴 했지만, 학생·정부가 내는 2000원을 뺀 나머지 2000~3000원은 학교가 부담해야 한다. 학교부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학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선제적 지원에 나선 지자체도 있지만, 아직까지 별 뜻이 없는 지자체도 있다. 강원도와 충청북도, 세종시, 부산시, 대구시, 경상북도 등은 아직까지 예산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이 사업의 효용성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학교에 부담이 크다면 검토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하는 대학 수도 적고 학교 쪽에서 요청도 없었다. 현재로선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경상남도 관계자도 “경남에서 유일하게 천원의 아침밥을 시행하는 경상국립대의 하루 이용자는 150명 정도다. 이용자가 얼마 되지 않아 언론을 통해 알려진 만큼 사업의 효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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