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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6만톤 물이 쏟아졌다…지하차도 출구서 ‘액셀’ 허사로

등록 2023-07-16 21:57수정 2023-07-17 12:00

오송지하차도 참사…1분 남짓에 생사갈려
버스, 경사로 오르려 애썼지만 급류에 멈춰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아침 8시40분 장대비를 뚫고 달리던 747번 빨간 버스가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 진입했다. 바로 앞 검은 승용차가 낸 물자국을 따라 미끄러지듯 지하차도로 들어갔다. 암흑 같은 410m 터널을 벗어나려고 속도를 냈다. 트럭·승용차 등 10여대가 앞서 가는 빨간 버스를 따라 줄줄이 지하차도로 들어갔다.

터널을 지난 빨간 지붕 버스는 경사로를 오르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세찬 물살이 바퀴를 휘감았다. 속력을 잃고 주춤하는 사이 앞쪽 경사로에서 흙탕물이 폭포수처럼 밀려들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등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잡힌 오송 지하차도 사고 순간이다. 1분 남짓한 시간에 생사가 갈렸다. 충북 소방본부 등은 물 6만톤 정도가 지하차도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16일 오전 물에 잠겼던 빨간 버스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ㄱ(52)씨 등 실종자들이 주검으로 수습됐다. 이날 오후 3시까지 집계된 오송 지하차도 사고 인명피해는 사망 9명, 부상 9명이다. 소방·군·경 합동 구조·수색대는 지하차도 배수 작업을 벌이면서 잠수부 등을 동원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희생은 버스 승객들이 컸다. 버스 안에서만 주검 5구가 발견됐다. 조카가 버스에 탔다가 변을 당했다는 한 시민은 “평소 다른 길로 다니던 버스가 왜 이 길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빨간 747번 버스는 오송역~청주공항을 오가는 급행버스다. 원래 노선은 강내면·미호천교를 지나 오송역으로 직행한다. 황아무개(47)씨는 “강내면은 통제하고 강 건너 지하차도 쪽을 통제하지 않아 우회하면서 사고가 났다. 전형적 인재”라고 했다. 심경태 청주시 버스정책팀 주무관은 “교통카드 이력으로 보면 기사 포함 10명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곳에서 진행되던 미호강 교량 공사가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환 충북도 균형건설국장은 “미호천(강)교 공사 구간에 설치한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강물이 200~300m 떨어진 궁평 지하차도로 밀려들었다”고 밝혔다. 주민 장찬교(70)씨는 “아침에 공사 현장에 갔더니 포클레인으로 임시 제방에 흙·모래를 쌓길래 ‘둑이 터질 지경인데 제대로 하라’고 실랑이를 하다 귀가했는데 한시간도 채 안 돼 제방이 무너져 물바다가 됐다. 공사만 제대로 했다면 둑은 안 터졌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병성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대변인은 “부실 공사로 제방이 유실된 게 아니라 집중호우에 따른 범람 때문에 유실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차도 안 배수펌프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김기봉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도로관리과장은 “지하차도 안에 배수펌프 4개(용량 12톤)가 있지만 한꺼번에 많은 물이 몰리면서 전기가 끊겨 작동을 멈췄다. 9~10월에 7억원을 들여 원격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오윤주 곽진산 김가윤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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