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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주민들 “문 대통령, 박근혜 정부와 닮아…도전 직면할 것”

등록 2017-09-07 11:31수정 2017-09-07 22:24

주민·연대자 전날 오후~다음날 새벽 16시간 농성
경찰에 밀려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막지 못해
7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서 연대자가 승용차 지붕에 앉아 경찰을 바라보고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7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서 연대자가 승용차 지붕에 앉아 경찰을 바라보고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가지마, 가지 말라고.”

7일 아침 8시11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발사대 4기가 순서대로 지나갔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과 연대자들은 경찰에 밀려 소성리 회관 쪽 도로가에서 이렇게 고함을 쳤다. 참외와 생수병이 발사대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발사대는 주민과 연대자들 눈 앞에서 사라졌다. 주민과 연대자들은 허탈한 듯 주한미군 사드 기지가 있는 달마산(해발 680m)을 바라봤다. 잠시 침묵이 돌더니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주한미군이 이날 새벽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로 반입한다는 소식이 성주에 퍼진 것은 하루 전인 6일 오후 2시께였다. 주민과 연대자 200여명이 소성리 회관 앞마당에서 막 41차 사드 저지 수요집회를 시작했을 때였다. 주민과 연대자들은 차량 20여대로 도로를 막고 이날 오후 3시10분께부터 소성리 회관 앞 도로 위에 앉아 농성을 시작했다. 경찰이 쉽게 자신들을 옮기지 못하도록 서로 팔짱을 꼈다. 이날 밤까지 소성리에 모인 주민과 연대자는 400여명으로 늘어났다.

7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서 주민과 연대자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7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서 주민과 연대자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집회를 계속 할 시 집시법과 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지금 즉시 해산해주십시오. 경찰은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날 밤 10시께부터 경찰은 해산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경찰은 도로 위에 농성 중인 주민과 연대자들을 둘러쌌다. 소성리 회관으로 진입하는 주요 국도도 모두 통제했다. 경찰은 100여개 중대 8000여명의 병력을 동원했다.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졌다.

성주 주민 김상화(37)씨는 “6일 밤 10시30분께 김천에서 성주로 넘어가려는데 경찰이 자꾸만 통제구역이라며 길을 막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안내도 없이 돌아가라고만 해서 답답했다. 결국 김천나들목 근처 국도에 주차하고 서너시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음날 새벽 사드 발사대가 이동하는 것을 보고 정말 화가 났다”고 말했다.

7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연대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7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연대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10여차례 해산 명령을 내리던 경찰은 이날 자정이 되자 강제 해산에 들어갔다. 경찰은 도로에 서 있던 주민과 연대자들을 모두 소성리 회관 앞마당으로 밀어냈다. 이어 도로 위에서 농성 중인 주민과 연대자들을 한명씩 끌어냈다. 주민과 연대자들은 “사드 가고 평화 오라”, “폭력 경찰 물러가라”를 외치며 경찰에 맞섰다. 곳곳에서 경찰과 주민·연대자들이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십명이 다치고, 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사드배치철회 성주초전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민 이종희(60)씨는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밤새 경찰을 투입해 주민들을 열시간이 넘게 경찰과 싸우도록 하고 있다. 이전 정부 때와 달라진 게 없다. 이게 촛불의 요구로 탄생한 정부인지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날 새벽 5시30분께 경찰은 도로 위에서 농성하던 대부분의 주민과 연대자들을 끌어냈다. 경찰은 이어 새벽 7시30분께에는 견인차를 동원해 도로에 세워진 20여대의 차량을 모두 견인했다. 누군가가 주민과 연대자들에게 “도로로 나가셔야 한다”고 외쳤지만 경찰에 막혔다. 결국 이날 경찰이 확보한 도로를 통해 사드 발사대 4기와 공사 장비와 자재를 실은 트럭이 달마산으로 모두 올라갔다.

7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 주민과 연대자들이 앉아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7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 주민과 연대자들이 앉아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주민 류동인(54)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있는데 해외순방하며 사드를 집어 넣는 것은 박근혜 정부와 매우 닮은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오늘 사태로 분명 안팎의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성주투쟁위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집권 기간에 도움을 주는 세력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초전투쟁위원회,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사드배치저지 부산울산경남대책위원회, 사드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 등 5개 사드 반대 단체가 함께 운영하는 소성리 종합상황실은 사드 발사대가 추가로 반입된 직후인 이날 오전 10시 소성리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제 문재인 정부는 각오하라.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게 우리가 달리 선택할 길은 없다”면서 “비록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은 막지 못했지만, 우리는 사드를 뽑아내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상임위원장 김충환)도 이날 성명을 내어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성주투쟁위는 “성주의 주민들이 정부에, 국가에 희망을 가졌던 것은 부질없는 꿈이었던 것 같다. 이제 성주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겠다. 홍준표 찍었다고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마라. 문재인을 찍었던 사람들은 지금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 성주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그 어떤 도움도 바라지 않을 것이고 희망도 가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한미군이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반입해 달마산 사드 기지에는 사드 1개 포대(엑스밴드레이더·발사대 6기 등) 배치가 완료됐다. 지난해 7월8일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이후 완전 배치까지 427일이 걸린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13일 공군 성산포대가 있는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 성산(383m)을 사드 배치지로 처음 발표했다. 하지만 성산은 성주 한 가운데 있는 곳이라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 등은 화난 성주 민심을 달래기 위해 그해 7월15일 성주에 왔다가 주민들에게 달걀과 생수병 세례를 받고 쫓겨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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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그해 8월9일 성주의 13개 보수단체가 집회를 열어 성산을 제외한 성주 안 다른 지역에 사드를 배치하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김항곤 성주군수는 그해 8월2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에서 성산을 제외한 제3의 적합한 장소를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방부는 그해 9월30일 사드 배치지를 성주 북쪽 끝에 있는 달마산으로 바꿨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계속됐다. 그해 11월30일 달마산 바로 아래 마을인 소성리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사드 반대 집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4월26일 새벽 경찰 병력을 동원해 달마산 사드 기지에 레이더와 발사대 2기를 먼저 배치했다. 이에 주민과 연대자들은 지난 4월28일부터 “사드 추가 배치를 막겠다”며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서 오가는 차량을 감시해왔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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