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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없이 수능 끝…고3 딸과 엄마는 8일 만에 활짝 웃었다

등록 2017-11-23 17:44수정 2017-11-23 22:04

포항 수능 시험장 마다 부모들로 북새통
수능시험 마친 포항 고3 8일 만에 미소
23일 오후 4시50분께 경북 포항 북구 우현동 유성여자고등학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친 학생들이 나오며 활짝 웃고 있다. 포항/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3일 오후 4시50분께 경북 포항 북구 우현동 유성여자고등학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친 학생들이 나오며 활짝 웃고 있다. 포항/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엄마야. 너무 후련하다.”

23일 오후 4시50분께 경북 포항 북구 우현동 유성여자고등학교에서 나온 송현지(18·포항제철고 3학년)양은 활짝 웃으며 엄마에게 안겼다. 딸을 기다리던 이수진(48)씨도 함께 웃으며 딸 현지를 꼭 껴안았다. 엄마는 현지가 들고 있던 종이가방과 담요를 대신 들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장인 유성고는 포항의 12개 시험장 중에서 진원지인 포항 북구 흥해읍 용천리와 가장 가까운 곳(7㎞)이다.

“수능시험 도중에 여진이 오는 것이 제일 걱정됐어요. 수능시험이 일주 연기되고 여진도 이어지면서 나는 걱정이 컸지만 딸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담담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어요. 학교, 독서실, 집을 왔다갔다하며 일주일 동안 공부하는 딸이 안쓰러웠어요. 오늘 하루종일 뉴스를 보면서 혹시 지진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우리 딸은 나에게 행복감만 줬어요. 딸에게 정말 고마워요.” 엄마는 딸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지진으로 처음 수능시험이 연기됐을 때는 지치고 ‘어떻게 일주일 동안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혼란스러웠어요. 그런데 일주 동안 공부를 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보였고 그렇게 보완해 가며 공부를 했어요. 아빠랑 통화하고 이제 채점하러 갈 거에요. 도시락 싸주시고 학교에 데려다 주시고 19년 동안 늘 저를 최고의 딸이라고 해준 울 엄마가 너무 고마워요. 대학 들어가면 효도할 거에요.” 딸은 엄마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유성여고에서 수능시험을 본 수험생들은 4교시 시험(오후 2시50~4시32분)을 마치고 나왔다. 다들 책이 든 무거운 가방을 메고, 손에는 종이가방이나 담요 등을 들고 있었다. 교문 앞에는 추위 속에 딸을 기다리던 100여명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딸들이 나오자 함께 박수를 치고, 자기 딸을 찾아 끌어안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딸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아침에 딸을 시험장에 데려다 주고 가게에서 일을 했는데 지진 날까 봐 걱정했어요. 수능도 일주일 연기돼 딸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공부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막둥이 딸이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유성여고 앞에서 딸을 기다리던 어머니 김명옥(57)씨는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지진 나도 나는 살만큼 산 사람이고 손녀가 걱정이었죠. 지진 난 뒤 수능이 연기되면서 손녀 걱정을 많이 했어요. ‘지진 날 거면 수능시험 끝나고 나지’하는 야속한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오늘 큰 지진은 없을 거라고 믿었는데, 실제 여진이 없어서 정말 기쁩니다.” 손녀를 기다리던 할아버지 권재전(79)씨는 활짝 웃었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난 이후 8일 만의 웃음이다.

23일 오후 5시께 경북 포항 남구 지곡동 제철고등학교 앞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친 자녀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포항/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23일 오후 5시께 경북 포항 남구 지곡동 제철고등학교 앞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친 자녀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포항/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이날 비슷한 시간 포항 남구 포항이동고등학교과 포항제철고등학교 정문 앞에서도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애타게 아들을 기다렸다.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이 하나둘씩 학교를 나오자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함께 박수를 쳐줬다. 아들을 찾은 어머니와 아버지는 한걸음에 달려가 아들을 끌어안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들의 짐을 대신 받아들고 활짝 웃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에 힘이 풀려 땅바닥에 주저 앉는 수험생도 있었다.

포항중앙고 3학년 황현택(18)군은 “시험 중에 지진은 전혀 못 느꼈다. 고3 마지막이 끝난 기분이라 정말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포항예고 3학년 정현수(18)군은 “지진 걱정이 있었지만 무사히 수능시험이 끝나 다행이다. 지진 이후 ‘멘탈 관리’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후련하면서도 공허하고 허무하다”며 웃었다. 포항제철고 3학년 우연수(18)양은 “수능시험을 치는데 바람소리에도 조금씩 놀라는 수험생도 있었다. 여진이 있을까봐 긴장이 됐는데 이제 후련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포항이동고 3학년 육심규(18)군의 어머니 장종숙(54)씨는 “지진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하늘이 도왔다”며 좋아했다. 포항중앙고 3학년 심현민(18)군의 아버지 심재현(45)씨는 “그동안 지진 때문에 불안했고 수능시험이 일주 미뤄져 아들 눈치를 많이 봤다. 아들이 원하는대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동안 포항에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규모 2.0 이상의 여진은 없었다. 수험생이 수능 제2교시 수학시험(10시30분~12시10분)을 치르고 있던 이날 오전 11시35분께 포항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규모 1.7의 작은 지진만 한차례 일어났다. 포항에서는 이날까지 모두 63차례 여진(규모 2.0 이상)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9일(규모 3.5)과 20일(규모 3.6)을 마지막으로 큰 여진은 없는 상황이다.

포항/김일우 임재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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