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국 자유한국당 충북지사 후보가 31일 충북도청에서 ‘정무부지사 매수설’ 관련 의혹을 해명하고 있다.오윤주 기자
충북지사 선거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정무부지사 매수설’이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바른미래당 쪽이 “자유한국당 박경국(60) 후보 쪽이 단일화 요건으로 우리당 신용한(49) 후보에게 ‘정무부지사’ 직을 제안했다”는 주장과 함께 박 후보 사퇴를 요구하자, 박 후보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격에 나섰다.
박 후보는 31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후보 매수설은 사실이 아니다. 후보 사퇴를 전제로 정무부지사직을 제안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앞서 바른미래당 충북도당은 지난 30일 오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후보의 측근이 ‘정무부지사’라는 당근을 매개로 신 후보를 주저앉히려 했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이와 함께 박 후보 쪽이 건넨 관련 문건(4쪽)도 공개했다.
바른미래당 충북도당이 30일 ‘정무부지사 매수설’ 근거로 제시한 문건. 바른미래당 충북도당 제공
이 문건을 보면, ‘단일화 결과로 양보한 후보를 일종의 러닝메이트로(예:정무부지사)’, ‘초당적 도정 수행은 단일화를 요구한 도민 소리에 합목적’, ‘미래당에게 향후 행정 경험 축적이 다소 유리함’ 등이 적시돼 있다. 이를 두고 안창현 바른미래당 충북도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은 “단일화를 위한 제안이 아니라 우리 쪽에게 후보를 사퇴하라는 것이고, 충북지사뿐 아니라 우리당 모든 후보를 죽이는 것이다. 매우 불쾌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후보는 “신 후보의 사퇴를 위해 특정 자리를 보장했다는 의혹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신 후보의 사퇴를 종용하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다. 신 후보가 됐든, 제가 됐든 양보한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선거운동을 지원한다는 내용만 봐도 문건이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대변인은 “박 후보 쪽에서 신 후보 쪽에게 직접 건넨 문건을 공개한 것이지 우리가 어디서 주운 ‘삐라’(선전물)를 공개한 게 아니다. 또 문건에 ‘미래당’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문제를 키우지 말고 진실을 고백하고 사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이날 해명에도 문건의 존재, 전달, ‘정무부지사 제안’ 등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박 후보 쪽 선거 캠프는 지난 30일 문건이 폭로되자 ‘문건의 존재’, ‘문건의 작성자’ 등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날 “저의 후원회 업무를 도와주던 지인이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문건을 신 후보 쪽 관계자에게 건넸고, 신 후보에게 보고됐지만 신 후보의 거부로 단일화 추진이 어렵게 되자 저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덮어버린 것”이라고 문건의 존재를 인정했다.
박 후보가 이른바 ‘정무부지사’ 관련 해명을 했지만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5월 중순께 신 후보와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만나 의견을 나눈 사실이 있다. ‘정무부지사’를 포함해 전문가 의견을 도정에 반영할 수 있는 여러 개방형 직제를 활용한다면 정책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으리라는 원론적 언급도 있었다. 하지만 더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논의는 중단됐다”고 밝혔다.
안 대변인은 “박 후보의 언급은 정무부지사 제안과 공직 참여 등을 담은 문건 내용을 사실상 뒷받침하는 것이다. 박 후보의 해명으로 문건 내용이 더 확실해졌다”고 맞받았다. 실제 문건에는 ‘상대 후보 선거 캠프 약간 명을 선거 결과에 따라 공직에 참여’, ‘총선 또는 차기 지방선거에 따른 각 역할을 상호 협조 협상’이라는 문구도 있다.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정무부지사 매수설’은 야권단일화 무산을 넘어 선거관리위원회 조사 대상에 올라 결과에 따라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됐다.
바른미래당 충북도당은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어 박 후보 쪽에 대한 대응 수위를 정할 참이다. 안 대변인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요구하면 문건을 포함해 관련 자료, 증거 등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용한 후보도 “품격있는 정치를 위해 대응을 자제했지만 선관위에서 조사하면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밝혔다. 박경국 후보 선거 캠프 관계자는 “단일화는 무산됐다고 봐야 한다. 터무니없는 주장과 억측이 난무해 안타깝다. 선관위에서 조사하면 성실히 임해 진실을 밝힐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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