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122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5일 더불어민주당은 “이전 기관 분류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사업의 배경엔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균형 발전 정책의 효과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사업에선 신도시 방식, 민간 기업 참여 부진 등 1차 때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2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금부터 분류 작업에 들어간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이 분류 초안을 만들면 그것을 갖고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122개 공공기관과 관련해 이전 여부와 이전 입지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차 공공기관 이전 ‘절반의 성공’
154곳 5만여명 지방도시로 옮겨
주민 1만여명 다시 수도권 유입
인구 분산효과·연계 발전엔 한계
전문가 “2차 공공기관 이전 적기”
1차때 한계 극복, 정책효과 극대화
“민간기업 이전 방안도 마련해야”
민주당이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보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1차 공공기관 이전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혁신도시를 활성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도권 인구의 지방 분산이나 세종시-혁신도시, 혁신도시-혁신도시, 혁신도시-주변 지역 간 연계 발전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 사업에선 모두 154개 기관(5만1천명)을 지방 도시에 옮겼다. 그에 따라 2018년 6월까지 10개 혁신도시에 18만2882명의 인구가 이주했다. 입주한 기업도 올해 6월까지 모두 639곳에 이르렀다. 이들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 비율도 2012년 2.8%에서 2018년 상반기 12.0%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1차 공공기관 이전은 그 한계도 명확했다. 가장 큰 문제는 파급 효과가 약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세종시로의 중앙행정기관 이전과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이 활발했던 2013~2016년 사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5만7722명이 순이동했다. 이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나 2017년엔 다시 1만6006명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갔다. 이것은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인구 분산 효과가 사실상 끝났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들과 전문가들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은 확실히 수도권 인구 억제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수도권 인구의 지방 분산 규모는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애초 노무현 정부는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을 통해 2030년까지 170만명을 전국으로 분산할 계획이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의지도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노무현 정부 당시 국무총리로서 균형 발전 정책을 이끌었고, 균형 발전의 핵심 도시인 세종시가 자신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해 국감에서 122개 공공기관이 지방 이전 대상이라는 점을 처음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뒤 지방분권 논의가 활발했던 데 비해 균형 발전 정책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했던 점도 이 대표가 총대를 멘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는 1차 때 미흡했던 대목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차 때는 10개의 혁신도시를 모두 신도시로 건설해 혁신도시 부근의 기존 도시들을 약화시키는 문제를 낳았다.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은 “혁신도시처럼 새로운 입지보다는 기존 도시의 공동화되고 낙후된 지역으로 가면 좋겠다. 도시 재생 사업과 연결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민간 기업의 이전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도시의 산-학-연 클러스터(복합단지) 용지의 입주율은 계획의 20% 수준에 그쳤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도시가 발전하려면 민간 기업이 있어야 한다. 2차 이전 때는 민간 기업과 함께 가는 방안을 적극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방준호 서영지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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