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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진화 ‘최전선’ 특수진화대, 처우는 10개월짜리 비정규직

등록 2019-04-07 19:20수정 2019-04-07 19:42

고성·속초 밤새 불끈 숨은 영웅들
헬기 못떠도 소방호스 끌고 사투
화마와 맞서 싸우지만 처우 열악
“불탄 나무들처럼 우리 속도 까맣다”

산림청 330여명 기간제 고용
일당 10만원…고용불안 시달려
진화 장비도 플라스틱 헬멧에
마스크, 천원짜리 빨간 면장갑 뿐
전문성 키우려면 고용 개선 시급
이번 산불 때 특수진화대원이 쓴 마스크 내부 모습. 까맣게 낀 먼지가 진화대원들의 어려움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익명의 특수진화대원 제공
이번 산불 때 특수진화대원이 쓴 마스크 내부 모습. 까맣게 낀 먼지가 진화대원들의 어려움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익명의 특수진화대원 제공
“산속에서 밤새 불을 끄는 건 우리 비정규직 산불 특수진화대인데, 언론에 나오는 건 대부분 정규직인 소방관들입니다.”

최근 자신을 산림청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이라고 밝힌 김기억(가명·49)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이번 산불로 국가직 전환 등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되고, 소셜미디어에서 ‘속초로 향한 영웅들’과 같이 소방관들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이 회자된다. 하지만 정작 산불 진화의 최전선에 있는 산불 특수진화대원들에 대해서는 아예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데 대한 섭섭함을 표현한 것이다.

김씨는 소셜미디어 글에서 “소방관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것은 많이 알려졌지만, 우리 계약직 노동자(산불진화대원)들은 훨씬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마스크를 써도 불길이 거세지면 연기를 많이 마셔 정신이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까맣게 불탄 나무들처럼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속도 까맣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번 강원도 산불로 산불 현장의 최일선에 투입되는 산불재난 특수진화대가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특수진화대는 산불 재난 영화인 <온리 더 브레이브>의 주인공인 ‘핫샷’의 한국판 대원들이다.

산불 특수진화대는 산림 분야의 전문 소방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산불이 나면 국·사유림을 가리지 않고 산불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며, 가장 힘들고 위험하다는 밤 진화 작업에까지 투입된다. 이번 고성·속초 산불에서도 헬기도 뜨지 못하는 한밤중에 깊은 산속에까지 소방 호스를 끌고 들어가 산불과 사투를 벌였다. 2017년 처음으로 발족해 지역마다 10~20명씩 전국에서 330여명이 일하고 있다. 반면, 이번과 같은 산불 때 소방관은 산불진화대의 뒤쪽에서 산불이 민가나 공장 등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는 보루 역할을 한다. 산불 특수진화대가 1선, 소방대가 2선인 셈이다.

이번 산불 때 특수진화대원이 산에 올라 화재를 진화하는 모습. 익명의 특수진화대원 제공
이번 산불 때 특수진화대원이 산에 올라 화재를 진화하는 모습. 익명의 특수진화대원 제공
김씨의 주장처럼 이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정규직인 소방관들은 지방직이냐 국가직이냐를 놓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산불 특수진화대는 일당이 10만원에 불과한 10개월짜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주휴수당과 같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수당만 있고 나머지 수당은 없다. 이들의 월급은 4대 보험료 등을 빼면 200만원도 되지 않는다. 단기 계약직이기 때문에 퇴직금도 없다.

무엇보다 이들의 신분은 ‘기간제 노동자’로 1년마다 모집 공고를 통해 새로 고용된다. 그러다 보니 산불 특수진화대라는 전문성을 키울 수 없고, 늘 고용불안 상태에 있다. 한 특수진화대원은 “산속에서 불을 끄려면 산불과 싸우는 요령이나 산속 지역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10개월마다 새로 고용되니 이런 전문성이나 노하우가 쌓이기 어렵다. 장비도 플라스틱 헬멧 하나에 마스크, 천원짜리 빨간 면장갑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산불의 확산 속도가 빨랐고, 그 피해도 역대급이어서 산불과 밤 진화에 전문성이 있는 산불 특수진화대의 고용 형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산림청도 개선 방안을 고민 중이다.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산불에서 경험했듯 산불 특수진화대를 좀더 정예화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다만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예산이 늘어나야 해서 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용, 속초/박수혁 이정규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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