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속초산불 당시 정부가 이재민에게 지원한 재난지원금 등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간 다툼에서 법원이 한전 손을 들어줬다.
춘천지법 민사2부(재판장 윤경아)는 5일 한전이 정부와 강원도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반대로 정부와 강원도 등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비용상환청구 소송에서 한전(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정부와 강원도 등은 2019년 4월 산불이 나자 주민들에게 400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한전에 구상권 청구 방침을 밝혔다. 반면 한전은 산불의 원인제공자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재난지원금 상당 부분은 법령에 근거가 없어 청구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고, 비용 상환 의무가 인정되더라도 책임을 대폭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정부 역시 한전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반소(맞소송)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전신주에 설치상 하자가 존재했고 이 하자와 산불 발생, 그로 인한 주민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의 쟁점이 된 ‘한전이 재난안전법과 재해구호법의 원인제공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비용상환청구권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도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사회보장적 성격의 재난지원금 등도 비용상환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법령상 재난지원금 또는 구호비용이라고 볼 수 없는 부분들은 제외해야 한다며 자원봉사자를 위해 지출한 비용과 한전이 피해 주민들에게 지급한 보상금과 중복해 정부가 지급한 비용은 비용상환 범위에서 제외했다. 또 교육비와 임시주거시설 설치 비용 등은 사회보장적 성격으로 한전이 피해 주민들에 대해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한전에게 이 비용 상환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가혹한 결과라며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한전의 비용상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한전이 정부에 28억여원을, 강원도에 15억여원을, 고성군에 13억여원을, 속초시에 3억여원 등 6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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