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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로 가정이 ‘어린이 인권 사각지대’ 되고 있죠”

등록 2021-12-22 19:19수정 2021-12-23 02:31

[짬]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표문송 관장

표문송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관장.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제공
표문송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관장.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제공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린이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이 어린이 인권 사각지대로 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어린이에게 존댓말 쓰기를 제안합니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표문송(54) 관장은 2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소파 방정환 선생이 100년 전 어린이를 인격적으로 존중하자며 어린이에게 존댓말 쓰기를 제안했는데, 지금은 아동 학대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어린이에 대한 인권 인식이 더 후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1년 설립해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를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며 존댓말을 쓰는 ‘어린이를 높이자’와, 마스크 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지만 끊임없이 말하고 싶었던 어린이들에게 발언권을 돌려주려는 ‘어린이를 듣자’라는 두 개의 어린이 인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취지에 공감한 경기북부 연천 전곡선사박물관과 양주 장욱진미술관도 함께하고 있다. 박물관 쪽은 캠페인의 하나로 1988년 개정된 ‘대한민국 어린이헌장’ 책자를 만들어 가정에서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어린이헌장을 읽는 운동도 하고 있다. 표 관장은 “어린이 대상 설문조사를 해보니 코로나19 때문에 힘들다는 답변이 많았다. 코로나와 어린이 인권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월~9월 경기문화재단 산하 7개 도립박물관에서 어린이 1028명을 대상으로 동시에 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코로나 어린이백서’를 올해 안에 발간할 계획이다.

그는 어린이박물관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만져라”며 어린이의 인지와 신체발달을 위한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만지면 안 되는 상황이 되어 올해 초부터 체험식 박물관에서 ‘경험식 박물관’으로 운영 방식을 대전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금까지의 체험식 박물관이 손끝에서 이루어진 직접 체험이었다면, 코로나로 인한 비접촉 상황에서 직접 체험에 간접 경험을 결합해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예술 경험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또 유튜브에 ‘어박TV’를 개설해 비대면 방식으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학교 교육에서 채우지 못하는 인식 영역을 넓혀주기 위해선 자유로운 예술적 상상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문학·미술·음악 등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직·간접으로 제공해 어린이의 바람직한 성장을 돕는 일이 코로나 시대에 공공박물관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이를 높이자’ ‘어린이를 듣자’
타 단체들과 어린이 인권 캠페인
‘어릔이음악회’ ‘엄마의 노래’ 등
가족대상 ‘코로나 블루’ 극복 앞장
“어린이에 상상·용기 심어주고파”

올해 개관 10년…2019년 취임

경기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와 가족 대상 공연 프로그램인 ‘뒤죽박죽 어릔이(어린이+어른=어릔이) 음악회'를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다. 이 음악회는 지난해 인류가 만든 최초의 악기인 리코더와 바이올린에 이어 올해는 비올라 다 감바와 옛 건반악기인 하프시코드, 포르테피아노와 목관악기(트라베르소, 바로크 오보에, 바로크 바순)를 중심으로 5차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음악애호가인 표 관장은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어릔이음악회에서 직접 사회와 작품 해설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악기를 이해하면 음악을 이해할 수 있고, 고악기을 알면 음악의 역사를 알 수 있다”며 “음악의 역사가 곧 인간의 역사이며 사라진 옛 악기를 통해 원시시대부터 문화와 예술의 역사를 꿰뚫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물관 쪽은 어릔이 음악회의 연장사업으로 경기도에 거주하는 10명의 아티스트가 자전적인 경험을 담아 작사, 작곡한 노래인 ‘엄마의 노래’ 공연과 앨범도 선보였다. 어머니 작사교실과 함께 ‘마더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진행된 이 사업은 어린이, 부모, 가족을 통합하는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강허달림·말로·박새별·박혜리·유발이·융진·임주연·장필순·조동희·허윤정(블랙스트링) 등 한국 대중음악을 빛낸 ‘엄마’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했다. 표 관장은 “어린이박물관이지만 대부분 부모와 함께 방문하므로 온 가족 박물관이 맞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서양 속담처럼,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엄마와 아이, 가족들에게 위안과 응원,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한다”며 “음악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과정에 엄마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고 박물관이 어린이와 부모, 가족들이 지지할 수 있는 문화예술 거점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두천의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과 함께 통합관장을 맡고 있는 표 관장은 2019년 취임 뒤 박물관을 어린이의 자유로운 상상과 용기가 자라는 문화예술 창의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어린이박물관 모토를 ‘상상과 용기’로 정했다. “지금 우리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고, 상상력을 위해선 고정관념을 타파할 용기가 필요해요. 우리 교육과정은 용기와 상상력을 잃어버렸고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져버렸죠.” 그는 “최상의 상태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웃는 모습”이라며 “어린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감성적 예술적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어렵더라도 대면을 포기하지 않고 음악, 미술, 뉴미디어 등 예술분야의 본질에 관한 교육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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