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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사다리차 불러 유리창 깨고 4층 환자들 한명씩 한명씩

등록 2022-08-05 16:54수정 2022-08-05 18:19

긴박했던 이천 병원건물 화재 구조 현장
아랫층 스크린골프장 철거 작업 도중 화재 추정
투석 받던 환자와 돌보던 간호사 모두 연기 질식
5일 오후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건물 화재 현장에서 소방 등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건물 화재 현장에서 소방 등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진짜 아슬아슬했지요. 연기는 점점 더 시커멓게 올라가고, 옥상에선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119(소방관들)도 처음엔 앞쪽에서만 (건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으니까 이삿짐센터 사다리차까지 불러 4층 유리창을 와장창 깨뜨리더라고요. 이불 같은 거를 창문에다 걸어놓고 환자들이 사다리차 바구니로 옮겨타고 내려오는데, 아이고 보는 나도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

5일 오전 불이 나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건물 화재를 지켜본 한 시민이 <한겨레>에 전한 화재 당시 상황이다. 긴박했던 현장 분위기가 심하게 떨리는 그의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폐업 스크린골프장 철거도중 ‘불꽃’

이날 오전 관고동 학산빌딩 3층에서는 폐업한 스크린골프장 철거작업이 이뤄졌다. 10시17분께 철거작업 중이던 3층 건물에서 불꽃이 튀며 주변으로 옮겨붙었다. 불은 순식간에 신장 투석 전문병원이 입주한 4층으로 확산되며 검은 연기가 건물 안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화재 당시 병원 안에는 환자 33명과 의료진 13명 등 46명이 있었다. 이 불로 5일 오후 5시 현재까지 60~80대 5명이 숨졌다. 희생자들은 모두 4층 병원에서 발견됐다. 숨진 4명은 화재 당시 혈액 투석을 받고 있었고, 나머지 한명은 이들 곁을 지키던 간호사였다. 부상자 42명 역시 대부분 환자들이었다. 이 중에는 중상자 3명도 포함돼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2층 한의원만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펌프차 등 장비 38대와 소방관 등 인력 108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큰 불길이 잡히기 시작한 건 오전 10시55분께. 진화작업이 완료된 건 오전 11시29분이다. 화재 발생 1시간10여분 만이었다.

불이 난 학산빌딩은 1층에 음식점과 사무실, 한의원이 입주해 있었고, 2∼3층에는 한의원과 사무실, 스크린골프장, 당구장이 있었다. 4층 전체는 병원이었다. 2002년 1월 사용승인을 받은 이 건물은 연면적이 2585㎡로 1·2층 한의원만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층에는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옥내 소화전이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병원 바로 아랫층인 스크린골프장 철거 과정에서 불이 났고, 연기가 계단실 등을 타고 순식간에 4층으로 퍼지면서 많은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이상민 장관 현장 찾아

경기남부경찰청은 70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5일 오후 3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본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화재현장에서 합동 감식에 나섰다. 감식은 최초 발화 지점을 찾고 화재 연기가 확산한 경로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천시도 김경희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렸다. 대책본부는 희생자 유족 지원, 수습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오후 2시께 현장을 찾아 브리핑을 들은 뒤 “다섯 분의 사망자가 생겨 안타깝고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며 “앞으로 발생할 화재에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조기 진압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오후 3시께 현장을 찾아 철저한 화재 원인 조사와 사상자·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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