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현 전 용산구청장.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핼러윈 데이’ 행사 관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이는 성장현 전 용산구청장일 것이다. 2010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12년간 용산구청장을 지내며 핼러윈 데이 행사 관리를 수 차례 했기 때문이다. 2일 그에게 이태원 참사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성 전 구청장은 “국가 애도 기간인 데다 일선에서 고생하는 후배 공무원들에게 너무 가혹한 얘기를 하게 될까봐 참사 이후 모든 방송 출연과 인터뷰를 거부했다”고 말한 뒤, “수많은 국민이 오는 오랫동안 참여해 온 행사인데 아무런 안전 관리 계획이 없었다는 게 이해 안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왜 관리가 안 됐다고 보나.
“과거에 부족했던 점과 올해 특별히 신경 써야 할 점에 대해 대책을 세우는 게 책임자들의 의무다. 그동안 안 해온 행사도 아닌데 아무 계획이 없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 부실한 경찰 지원과 대처가 확인되고 있다.
“경찰력이 적어서 통제가 안 된 게 아니다. 경찰 수가 적어도 구 직원과 상인연합회 임원들이 조를 짜서 요소요소에서 도로에 못 들어가도록 폴리스라인을 설치하는 일들을 하면 된다. 모든 위험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게 원칙이다. 사전 준비만 잘하면 경찰 10명이 100명 역할을 할 수 있다.”
— 사전 준비는 누가 어떻게 해야 하나.
“각 기관 수장들이 유기적으로 협조 체계를 구축해서 협조를 요청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통제는 (경찰) 숫자로만 하는 게 아니다.”
(성 전 구청장은 2020년과 2021년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용산경찰서장과 용산소방서장,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임원 등을 모아 민·관 합동 연석회의를 주재했다.)
— 기관장 역할이 중요하단 뜻인가.
“당일 이태원에 현장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었나. 긴급한 상황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현장 책임자가 없었다. 구청장, 경찰서장이 현장에 나갈 수 없더라도 담당 국장 등 현장 책임자를 두고 빠르게 대처해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 이미 수십만이 온다는 뉴스가 나오고 4~5시간 전부터 인파 사고 신고가 있지 않았나.”
— 코로나 시국 이전에도 ‘핼러윈 데이’ 민·관 협조 체계가 잘 유지됐나.
“이태원 핼러윈 데이 행사는 수년 전부터 해 왔기 때문에 공무원과 경찰, 상인연합회는 행사를 관리·통제하는 노하우와 마인드가 이미 충분하다. 이번에도 과거 경험을 토대로 사전에 각 책임자가 모여 논의했어야 한다. 간과한 건지 책임을 방기한 건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그건 책임자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자 위치에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는 건 죄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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