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시장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면담 중 박경석 대표에게 자료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극적으로 성사된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첫 단독 공개면담은 뚜렷한 의견 수렴 없이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50분 만에 끝났다. 오 시장은 전장연에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멈춰줄 것을 거듭 촉구했고, 전장연은 오 시장이 장애인권리예산 확대를 위해 중앙정부에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구했다. 양쪽의 견해가 평행선을 달린 만큼, 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둘러싼 갈등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과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2일 오후 3시30분 서울시청에서 단독 면담을 했다. 오 시장은 전장연에 “저는 전장연이 굉장한 강자가 됐다고 생각한다. 대중교통 지하철을 84번 운행 지연시켰고, 이는 철도안전법에 위반되는 중범죄”라며 “그러나 경찰도 박경석 대표를 비롯한 전장연 분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 이 정도 사회적 강자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저희가 사회적 강자라고 믿는다면 진짜 사회적 강자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도 똑같은 무게로 당부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응수했다.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자제하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해달라는 오 시장의 요구에 대해 박 대표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박 대표는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탑승 시위를 할지 말지는 3일 지하철 선전전 때 발표하겠다”고 했다.
전장연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인 ‘탈시설’ 이슈와 관련해서도 양쪽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해 “저희들이 생각하는 탈시설 개념은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라며 “서울시는 시설에 거주하든, 지역에 거주하든 균형 있게 장애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장애인권리협약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박 대표는 “(우리 주장을) 왜곡(한 것)”이라며 “지금 당장 (시설에서) 다 나오자고 주장한 적이 없다. 지금 상황에서 지역이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시설에서) 나오느냐. (탈시설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해달라”고 맞섰다. 앞서 오 시장은 면담 하루 전인 1일 장애인 거주시설을 공개 방문해 전장연의 ‘탈시설’ 주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예정된 30분을 넘겨 50분 동안 이어진 면담이 끝난 뒤 오 시장은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등 다른 장애인 관련 단체와의 면담을 이어갔다. 이들은 탈시설에 반대 의견을 내고 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맹렬히 성토하면서 오 시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