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애인 콜택시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탑승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신체 상태인데도 하반신 장애가 심각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하게 한 지방자치단체 등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팔다리가 저리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경추척수증을 앓은 황덕현(48)씨는 2020년 11월 서울시설공단에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과 시는 황씨가 하반신 장애가 심한 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청을 거부했다. 황씨가 종합적으로는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지만 하반신 기능 장애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황씨는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을 상대로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허가하고 손해배상금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 등을 담은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서울시와 공단이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 나온 장애인콜택시 사용자의 요건인 ‘보행상의 장애인’을 하지기능장애가 심각한 장애인으로 좁게 해석한 것이 정당한지였다.
1심은 “공단이 (황씨의) 장애인콜택시 이용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면서도 이같은 제한이 장애인콜택시의 배차 간격을 줄이기 위한 정당성도 있기 때문에 피고에게 손해배상의 책임까지는 없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은 황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1일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는 서울시와 공단에게 황씨가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도록 하고, 손해배상금 3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항소심은 “어느 부위의 장애든 그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버스나 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렵다면,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이동이 곤란할 수 있다”며 “교통약자가 특별교통수단 이용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이용대상자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보건복지부 고시의 장애인 판정 기준을 봐도 ‘심한 보행상 장애’와 ‘심하지 않은 보행상 장애’를 구분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고 법령상의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소송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그동안 서울시는 임의로 보행장애의 경중을 구분해 대상자 수를 줄이고, 장애인콜택시 법정기준 충족율이 100%를 넘겼다고 주장해왔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특별교통수단에 대한 정부 등의 근본적 인식이 바뀌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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