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사쿠데타 2주년인 1일 타이에 사는 미얀마인들이 방콕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군부에 의해 수감 중인 국가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사진을 들고 승리를 상징하는 손짓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민주주의를 성취하려면 민중이 일어서야 합니다. 이것은 한국 민주화의 교훈이기도 합니다.”
12일 오전 11시30분 인천 부평구청 7층 강당에 한국에 사는 미얀마인 여럿이 모였다. ‘2023년 미얀마 봄 혁명 완수를 위한 한국 대회-영화 상영회’ 참석자들이었다. 이들은 미얀마 국가에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미얀마 언어로 번역해 불렀다. 미얀마와 태국 접경지대의 시민방위대 활동 등을 담은 ‘오직 자유로울 때, 회향할 것이다’라는 영화가 상영됐다.
한국과미얀마연대 등 미얀마 민주화운동 단체가 주관해 열린 이날 행사는 지난 5일 경남 창원에 이어 두번째다. 창원에선 100명 정도가 모였지만, 이날은 200명이 훌쩍 넘는 미얀마인들이 모였다. 부평은 한국에서 미얀마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조 뚜(가명·28)는 “2021년 ‘미얀마의 봄’ 때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참여했다. 나는 군부에 신원이 노출되지 않아 괜찮았지만 친구들은 얼굴이 알려지면서 고초를 겪었다. 미얀마가 민주화되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에 왔다.
한국과미얀마연대 소속 회원들은 이미 미얀마 정부로부터 감시를 받는 상황이다. 군부 쿠데타 2년 전인 2019년 한국으로 이민 온 아문 쉐링(25)은 “지금은 비전문 취업(E-9) 비자를 받고 한국에 와있지만 1년5개월이 지나면 비자 기간이 끝난다. 미얀마로 돌아가면 군부로부터 감시를 당할 수 있어 인도적비자(G-1-6)비자를 발급받고 한국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했다. 아문 쉐링은 2021년 2월 쿠데타가 일어난 뒤 매주 주말 부평역에서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모임 대표인 조모아(51)도 1988년 8888항쟁 뒤인 1994년 한국으로 이민 왔으며 2008년, 난민 자격을 인정받았다.
한국과미얀마연대는 앞으로 대구와 대전에서도 같은 행사를 열면서 한국에서의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계속 펼치려고 한다. 조모아(51) 대표는 “군부 독재가 계속되니 민중의 권리는 억압되고 나라는 최빈국이 됐다. 미얀마가 민주화될 때까지 오늘 같은 행사를 계속 열어갈 것”이라고 했다.
13일 오전 11시30분 인천 부평구청에서 열린 ‘2023년 미얀마 봄 혁명 완수를 위한 한국 대회-영화 상영회’ 모습. 행사에 참석한 한국인이 단상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보르고 있고, 미얀마인들도 의자에서 일어나 함께 제창하고 있다. 이승욱기자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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