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외교부와 국방부는 경기도 포천에서 18개국 주한 외교단을 초청해 국산 무기 수출 홍보 행사를 열었다. 사진 외교부 제공
K-9 자주포 등 국산 무기 홍보 행사에 외교부가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대사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미얀마 군부에 무기를 판매한다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미얀마 지지시민모임)은 12일 “미얀마 군부를 대표하는 주한 미얀마 대사를 무기 수출행사에 초청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성명을 냈다. 지난 2일 외교부와 국방부는 주한 18개국 외교단을 대상으로 경기도 포천 육군 제8기동사단에서 국산무기 수출 행사를 열었는데, 이 행사에 딴 신(Thant Sin) 주한 미얀마 대사가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정부는 방산수출 확대라는 국정 목표에 맞춰 이번 행사를 기획했고, 이도훈 외교부 2차관도 참석해 홍보에 나섰다. 행사엔 미얀마를 비롯해 체코와 칠레, 미국, 폴란드 등 18개국 대사가 참석했고, 이들은 전투사격 시범 관람과 함께 K-21 보병전투장갑차도 탑승했다. K2 전차와 K9 자주포와 K1구난전차 등 주력 수출 상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들었다.
미얀마 지지시민모임은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이후 자국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과 체포 및 구금, 고문 등의 전쟁범죄를 저지르며 국제사회 지탄을 받고 있다. 이번 행사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준비되었다고 하는데, 반인도적 전쟁범죄 집단에 무기를 팔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미얀마 군부정권을 대표하는 주한 미얀마 대사가 무기 수출행사에 참석한 것은 전쟁범죄로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미얀마 군부에 무기를 판매하겠다는 전제가 깔린 것으로 정부의 중대한 외교적 실책이다. 정부가 공개 해명 및 관련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이를 유엔(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의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도 미얀마 군부에 의해 잔인하게 학살당하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을 생각하면, 한국 정부가 주한 미얀마 대사를 초청해서 전차에 탑승시키는 행태에 참담함을 넘어 이를 미얀마 시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키고 현재까지 강제 집권하며 유혈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얀마에 군용물자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얀마 ‘국군의 날’을 맞아 미얀마에 대한 무기금수 및 군부의 폭력 중단 등을 촉구하는 공동성명도 냈다.
외교부는 “정부는 미얀마 사태 발발 이후 △국방·치안 분야 신규 교류·협력 중단 △군용물자 수출 불허 및 산업용 전략물자 수출 허가 엄격 심사 등을 포함한 미얀마 대응조처를 발표(2021년 3월)하고 이를 엄격히 이행하고 있다”며 “이번 행사는
아세안 회원국을 포함, 주한 외교단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 행사로 미얀마 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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