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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모래 겨우 되살렸는데…‘마리나 시설’에 악영향 받을라

등록 2023-06-08 08:00수정 2023-06-08 08:46

잠원한강공원에 생긴 모래사장. 자연 하안으로 물고기 등이 알을 낳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잠원한강공원에 생긴 모래사장. 자연 하안으로 물고기 등이 알을 낳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지난 1일 찾은 잠원한강공원 산책로 주변엔 버드나무와 수풀이 무성했다. 한강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커다란 돌들이 깔린 자연형 호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안은 강변이 깎여나가는 것을 막고 치수 안전을 위해 만든 구조물이다. 1990년대 말부터 ‘한강 자연성 회복 사업’을 하면서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흙과 바위를 깔아 만들어진 자연형 호안은 물과 땅 사이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눈길을 끄는 건 호안 옆에 생긴 작은 모래사장이었다. 개발 전 한강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 하안’ 형태다. 이날 동행한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은 “오목한 지형이다 보니 1년에 1~2m씩 모래가 자연스럽게 퇴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년 만에 이곳에 왔더니 모래가 5m는 더 쌓인 것 같다”고도 했다. 사람의 발길이 멈춘 사이 자연 스스로 과거의 원형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2014~2018년 자연성 회복 사업을 시범 실시한 이촌한강공원에도 한강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당시 서울시는 이곳에 자연형 호안을 만드는 한편, 약 50m 구간을 자연 하안 형태로 그대로 두고 강변을 따라 습지를 조성했다. 콘크리트가 사라진 이 구간에는 모래가 자연스럽게 쌓이고 동글동글한 강자갈이 깔려 있었다. 강 건너 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인과 절묘한 대조를 이뤘다.

김 국장은 이처럼 모래가 쌓이는 구간을 늘려 강의 원형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자연성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연형 호안이 콘크리트보다는 나아도 생물이 서식하기에는 어려운 구조인데, 모래톱이 어우러지면 물고기가 산란하기 훨씬 좋은 환경이 된다”며 “물고기가 오는 곳에는 자연스럽게 새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도 ‘자연과 공존하는 한강’을 내세운다. 오 시장 스스로 “한강 자연성 회복은 2007년 ‘한강 르네상스 사업’ 당시에도 적극 추진해 톡톡한 효과를 봤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오 시장의 한강 프로젝트에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

이촌한강공원 습지 모습.
이촌한강공원 습지 모습.

이촌한강공원에 생긴 자연 하안. 강자갈들이 보인다.
이촌한강공원에 생긴 자연 하안. 강자갈들이 보인다.

실제 오 시장이 이전 재임 시기에 펼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전체 예산 6582억원 가운데 자연성 회복 사업 예산은 14.3%인 94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김 국장은 “서해주운 사업 등 다양한 환경 파괴 사업들이 좌초되지 않았다면 한강의 자연성 회복 효과는 미미했을 것”이라고 했다. 환경단체들은 한강 프로젝트에서도 ‘자연성 회복’이 다른 개발 사업들의 문제점을 덮는 ‘그린워싱’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을지 의심한다. 한강 프로젝트의 핵심인 서해뱃길을 활성화하려면 배 운항을 위해 강바닥 모래를 계속 퍼내는 등 강 생태계를 파괴하는 작업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서울시가 이촌한강공원에 부유식 수영장을 포함한 ‘복합 마리나 시설’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시설 중심의 강변 개발은 생물종 다양성 확보는 물론, 큰비로 강물이 불어나면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이촌한강공원 습지에는 한강변에 밀어닥칠 변화를 알 리 없는 흰뺨검둥오리 떼가 한가로이 먹이를 찾고 있었다.

글·사진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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