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경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장. 인천여성회 제공
퀴어영화가 포함된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램에 대해 인천시가 수정을 요구하며 “보조금이 지원되는 사업이니 수정을 요청할 수 있고, 이는 검열과 다르다”고 밝히자, 손보경 영화제 조직위원장이 “그게 바로 동성애 혐오이며, 영화제 검열”이라고 반박했다. 손 위원장은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인천시가 ‘퀴어영화’라고 문제 삼은 작품은 최근 인천시가 주최한 디아스포라영화제 상영작이기도 하다”며 “그때는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다가 지금 이러는 것은 인천시가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인천시는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 개막을 한달여 앞둔 지난 12일 영화제 조직위원회 쪽에 “퀴어 등 의견이 분분한 소재는 제외해달라”는 검토 의견과 함께 사업계획의 수정 보완을 요구했다. 조직위가 이에 대해 “사전 검열”이라고 반발하자 인천시 여성정책과는 18일 “이번 영화제의 퀴어 주제 상영작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의 견해차가 크게 상반되는 만큼 많은 시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수정·보완을 요청했던 것”이라며 “동성애와 탈동성애 장르별로 1편씩 상영하는 방안을 영화제 측에 제시했다”는 입장문을 내놓은 바 있다. 아래는 손보경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인천시와의 논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실행계획서 제출 전인 지난달 30일 인천시 여성정책과와 첫 논의를 할 때부터 퀴어 영화를 제외하라는 취지의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7일 실행계획서와 상영작 리스트를 전달했고, 인천시에서 지난 12일 퀴어 영화를 제외하라는 공문이 왔다. 16일 정무부시장과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정무부시장이 동성애 영화와 탈동성애 영화를 함께 상영하는 것을 중재안이라고 제시했다. 이는 명백히 동성애 혐오이기 때문에 거부했고 이후 17일 오전까지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에 한차례 연락이 왔고 이후 관련 기사가 나온 뒤 ‘기사가 나오면 협의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연락이 왔고 지금 상황이 된 것이다”
—인천시는 보조금 지원 사업에 대해 검토를 요청한 것이지 검열이 아니라고 한다.
“인천시에 상영작을 바꾸지 않으면 실행계획서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냐 물어봤다. 이에 승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실행계획서를 승인해주지 않으면 보조금 교부 신청을 할 수 없다. 이는 인천시가 명백히 예산 지원을 명목으로 영화제에 관여한 것이다. 특히 인천시가 상영작 리스트를 요청할 때 내용을 보고서 실행계획서 승인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시놉시스도 함께 보냈다. 인천시의 이번 행정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화예술 기본원칙인 ‘팔길이 원칙’에 어긋난다.”
—인천여성영화제에서 퀴어 영화를 상영작에 포함한 것이 이번이 처음인가
“아니다. 과거에도 퀴어 영화가 있었다. 그때도 인천시 간부 공무원들이 와서 같이 퀴어 영화를 보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만 퀴어 영화를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번에 인천시가 문제로 삼은 반박지은 감독의 ‘두 사람’은 최근 폐막한 디아스포라영화제 상영작이기도 하다. 인천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인천시가 주최하고 유정복 인천시장이 대표로 있는 사단법인 인천영상위원회가 주관하는 영화제다. 인천시가 인천여성영화제에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인천시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여성영화제는 잘 치르고 싶고 조직위는 인천시 말을 안듣고. 인천시는 자신들 입맛에 맞는 영화제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제는 어떻게 진행할 생각인가?
“인천시 보조금을 받지 않기로 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천여성영화제 개최를 위해 별도의 모금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 4일 진행 예정이던 것도 3일로 줄였다. 상영작은 거의 같지만 초청작 1개 작품은 예산이 빠듯해서 상영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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