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공무원과 경찰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 대구시 중구에서 시청 공무원과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행사 주최 쪽이 경찰에 집회 신고를 했지만 구청의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무대 차량 진입을 가로막는 등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은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집회의 자유 범위 내에 있으므로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고 행정대집행을 할 만큼 공공질서에 위협이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맞선 것이다. 민간단체의 집회를 두고 공권력끼리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은 극히 보기 드문 일이다. 퀴어축제 주최 쪽은 집회 신고를 마친 적법한 행사인데 도로점용 허가를 별도로 받으라는 것은 사실상 행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홍 시장은 최근 연이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쏟아내며 퀴어축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앞서 대구기독교총연합회와 동성로상점가상인회 등이 재산권·영업권 침해를 이유로 법원에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자, 그는 “대구의 상징인 동성로 상권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문화를 심어줄 수 있어 나도 반대한다”며 노골적인 편들기에 나섰다. 홍 시장은 특히 “성소수자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성다수자의 권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사는 안 해야 한다”는 억지 논리를 펴기도 했다. 혐오와 차별은 단순히 발언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경찰이 요청한 주변 도로에 대한 버스노선 우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이어, 급기야 퀴어축제 당일 수백명의 대구시 공무원을 현장에 모아 물리력을 동원해 행사를 막으려 한 것이다. 법원이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뒤에도 홍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올해 열다섯번째로 열린 대구퀴어축제의 슬로건은 ‘우리는 이미’였다. 퀴어축제는 일년에 단 한차례, 성소수자들이 마음 놓고 자신을 드러내고 의사 표현에 나서는 유일한 행사다. 보수 개신교단의 숱한 혐오 공격에 시달려온 성소수자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이런 ‘혐오 행정’에 더욱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한다. 행정기관이 지키고 보호해야 할 시민을 오히려 편가르고 배제하는 데 앞장선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보수 표를 모으는 수단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반인권적 행정을 당장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