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가 일하는 모습.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기도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노동자의 절반가량은 6개월 이하 단기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도내 1611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근로계약 기간 등을 조사해보니, 6개월 이하 단기 근로계약을 한 사례가 49.9%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2326개 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조사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수치다. 2년 전 조사에서 단기 근로계약 비중은 49.3%였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를 3∼6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이런 단기계약은 경비노동자들을 관리소장의 부당한 대우나 업무 지시, 입주자의 갑질에 취약한 처지로 내몰리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해왔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70대 경비노동자가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그 역시 6개월 미만의 단기계약직이었다.
경기도는 아파트 경비노동자 인권을 보호하고 단기 계약을 근절하는 ‘착한 계약’ 아파트를 확산시키기 위해 고용우수아파트 지도를 제작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이런 정책들이 경비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입주자들의 인식을 변화시켜 1년 이상 근로계약을 하는 아파트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경기 안산시에 있는 공작한양아파트는 지난해까지 3개월 단위로 경비노동자 근로계약을 갱신해오던 것을 올해부터 1년 단위 계약으로 바꿨다.
계약 변경에 따른 효과도 긍정적이다. 안산 공작한양아파트에서 일하는 70대 경비노동자 ㄱ씨는 이날 기자와 만나 “경비노동자는 입주자의 민원, 관리소장의 입김에 따라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는데 근로계약 기간 연장이 고용 안정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주자들도 만족스러워한다. 이 아파트의 안용하 입주자대표회장도 “(근로계약 기간 연장 뒤) 경비노동자들과 주민들의 관계가 한결 좋아졌다. 경비노동에 대한 주민들의 만족도 역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상기 경기도 노동권익과장은 “경기도의 아파트 노동자 인권 보호 및 컨설팅 지원사업을 통해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근로계약 기간을 1년 단위로 늘리는 착한 아파트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착한 아파트 문화가 점진적으로 이어져서 전국으로 확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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