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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와도 못 나눈다는 강남 개발 이익금, 강북 투입 가능?

등록 2020-08-12 04:59수정 2020-08-19 14:53

[송경화의 올망졸망]
2015년, 현대차 1.7조 “같이 써야”-“결사반대”
강남구 “송파와도 못 나눠” 소송냈다 각하돼
기여금 81%가 강남 쏠림…국토부 법개정 나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부지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부지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강남 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의 이익금을 강북 등 다른 지역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가 2015년부터 추진해오던 ‘강남 개발 이익금의 강남 외 사용’이 이르면 내년부터 가능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난색을 표하던 국토교통부가 이달 안에 이를 위해 법안 개정안을 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기 때문인데요. 이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걸까요?

2015년, 현대차 1.7조원 “같이 써야”-“결사반대”

이 사안은 전사가 좀 깁니다. 일단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2014년 현대자동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사들이면서 공공기여금이 대거 발생하게 됩니다. 공공기여금이란 개발 사업을 할 때 사업자로부터 개발 이익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서 현금으로 돌려받는 것인데요. 용적률을 완화해주거나 용도를 변경해주는 대가로 공공이 쓸 수 있게 기부채납을 받는 것이죠. 이 돈은 개발사업을 하는 지구단위 계획구역 관할 기초 지자체 안에서만 쓰게 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현대차가 한전 터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기로 하면서 강남구엔 공공기여금 1조7491억원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이를 두고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등 다른 지역 구청장들이 총대를 멨습니다. 1조7491억원을 강북 등 다른 지역에서도 함께 사용해 서울시 공동의 발전을 이루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당시 김영배 성북구청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등도 뜻을 함께 모았는데요. 공공기여금 사용 당사자인 강남구청장은 거세게 반대했죠. 현재 수감 중인 신연희 전 구청장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강남구청장은 새누리당(현재 미래통합당) 소속이고 ‘강북 등 공동 사용’을 주장하는 구청장들과 이를 지지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여-야로 의견이 갈린 모양새였죠.

‘공동 사용’을 현실화하려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했는데요. 사업과 관련된 지구단위 계획구역 관할 기초 지자체(각 구)뿐만 아니라 광역 지자체(서울시)로 그 사용 대상을 넓히게 바꿔야 하는 것이죠. 서울시는 이를 국토교통부에 건의했습니다. 2015년은 박근혜 정권 시절이었죠. 국토부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송파와도 못 나눠” 소송했다 진 강남구

당시 서울시는 해당 터 개발을 강남구에서만 그치지 않고 바로 옆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로 넓혀 하나의 지구단위로 묶는 결정을 했는데요. ‘국제교류 지구단위’로 확대해 적용되는 기초 지자체를 한 곳 더 늘린 겁니다. 당시 강남구는 신연희 구청장 등 49명을 원고로 해당 계획 등에 무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신 전 구청장은 “국제교류 지구단위계획은 (강남구의) 공공기여금을 잠탈 사용하기 위해 처음부터 적법절차를 완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추진된 원천 무효행위”라며 강남구에서만 써야 한다고 반발했는데요. 이 행정소송은 법원에서 잇따라 각하되었고 결과적으로 송파구와는 나눠쓰게 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구들은 동일한 지구단위가 아니어서 여전히 불가했습니다.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시에서는 지속적으로 법 개정을 요청해왔는데요. 최근 국토부는 이에 전향적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2015년 이래 5년가량이 흐른 올해 초부터, 서울시 건의처럼 광역 지자체로 사용 대상을 넓히게 법안을 개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시와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했습니다. 공공 기여금을 광역 지자체와 기초 지자체가 어떻게 나눠쓸지 그 비율 등을 정하는 것이 남은 관건인데요. 일단 국토부가 5년 만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고 민주당이 국회에서 180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법안 통과엔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개정을 마치는 게 정부의 목표입니다.

5년 전 깃발을 들었던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금도 성동구 구청장인데요. 국토부의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되자 그는 “20105년 여론조사 당시 서울시민 83%가 공공기여금을 강남구에 우선 사용하되 나머지는 서울시에 전체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소개하며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공기여금 81%가 강남 쏠림…국토부 뒤늦게 나서

강북 지역 구청들이 ‘공동 사용’을 촉구해온 것은 그만큼 강남과 강북 사이 불균형이 크기 때문인데요. 2020~2021년만 봐도 서울의 전체 공공기여금은 2조9558억원인데, 이 중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기여금이 2조4000억원에 이릅니다. 81%가 강남 지역인 것이죠. 강남에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쏠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기여금이 다시 강남 지역 도로 개발이나 공공시설 리모델링 등에 사용돼 더욱더 발전이 이뤄지면서 강남 지역 쏠림 현상은 가속하고 있죠. 특히 강남구는 재산세 부과액 1위로 재정자립도도 높습니다. 이번에 법이 통과되면 불균형이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강북 등 다른 구청들의 기대입니다.

아, 법이 통과돼도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의 공공기여금(1조7491억원)은 강북 지역의 다른 구에서 사용하긴 어려울 전망인데요. 이미 강남과 송파 공동 사용으로 확정돼 소급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송파구로까지 확대된 강남구 한전 터 관련 개발 계획. 한겨레 자료
송파구로까지 확대된 강남구 한전 터 관련 개발 계획. 한겨레 자료

강남-강북 불균형 이슈는 서울시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최근엔 서초구가 관련 이슈의 중심에 섰습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뒤 현재 서울시내 25개 구청의 여-야 지형은 서초구 대 나머지 24개 구로 나뉘게 됐는데요. 조은희 서초구청장만 자유한국당(현재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당선되고 나머지는 다 민주당 소속입니다. 강남구, 송파구에서도 이번엔 민주당 구청장들이 나왔습니다.

조 구청장은 지난 8일 서초구 내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재산세를 50% 감면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서초구만 개별 행동을 할 경우 다른 구 주민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데다, 각 구청 재산세의 절반은 서울시가 ‘공동세’ 개념으로 거둬 강북 지역 등 여러 구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있어 서초구의 계획이 홀로 현실화할 경우 다른 구에 피해가 간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한동안 이 이슈로도 서울시는 시끄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공공 기여금 공동 사용’ 개정안을 무사히 통과시킬 수 있을까요? 강남-강북 불균형 문제는 얼마나 해결될 수 있을까요? 서울시민들이 결과를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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