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화의 올망졸망]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땅. 서울시 제공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땅 위치. 서울시 제공
조선시대 부마 궁궐서 우국지사 거주지로 역사성은 좀 더 복잡합니다. 1780년 한양전도(지도)를 보면 이 곳은 소나무숲으로 경복궁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순조땐 부마(임금의 사위) 창녕위 김병주의 궁이 여기에 지어졌습니다. 순조 둘째 딸 복온공주의 남편이죠. 조선 말에는 이들의 손자이자 영의정을 지낸 김석진이 여기에 살았습니다. 그는 1910년 한일합병에 항거해 아편을 먹고 자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제 강점기 때 이 곳은 친일파 윤덕영, 윤택영 형제의 집터로 사용됐습니다. 윤덕영은 조선총독부 중추원 고문으로, 1910년 한일합병때 순종의 옥새를 날인한 전권위임장을 이완용에게 건네는 것을 주도한 인물로 꼽힙니다. 1920년엔 일제 수탈에 사용된 조선식산은행의 사택이 여기에 들어섰고요. 해방 뒤엔 어찌됐을까요? 미국이 이 땅을 썼습니다. 미국 대사관 직원들 숙소 등으로 사용한 것이죠. 1997년 삼성생명이 국방부로부터 이 땅을 매입하면서 민간 소유로 넘어왔습니다. 그 뒤로 23년간 공터였습니다. _______
서울시 “역사성 감안…시민에게 돌려줘야” 이처럼 이 땅은 조선시대 왕족의 궁에서 조선 말 우국지사의 집, 일제 강점기 친일파의 집을 거쳐 해방 뒤 미국 대사관 숙소가 들어서기까지 우리 역사의 격변기를 고스란히 겪었습니다. 서울시는 역사적인 이 곳이 공공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경복궁 옆이라는 입지 여건과 왕족, 친일파, 미국 등을 거친 역사성을 감안할 때 호텔 등 상업시설은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제는 비로소 시민들에게 이 땅을 돌려줄 때가 됐고 지난 3월 시민 3000여명에게 여론조사를 해보니 공원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며 “이 땅의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다시 민간에 넘기지 않고 시민들이 역사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문화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시의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이 땅의 용도를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지난달 28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공원 지정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고 위원회도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제공
유동성 위기 대한항공 “연내 최고가 매각” 송현동 땅의 공시자가는 지난해 기준 3100억원 가량인데요. 공시지가의 1.5~2배를 시세로 보는 점을 감안하면 5000억~6000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항공은 올해 안에 하루라도 빨리 이 땅을 팔겠다는 입장인데, 서울시는 내년 하반기에야 매입이 가능하다는 계획입니다. 대한항공은 입찰을 통한 최고가 매각을 희망하는 가운데 서울시는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한 가격을 책정할 계획입니다. 시점이나 가격 등에 입장 차이가 크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시 외에 다른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계속 갖고 있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공원 결정 뒤 시는 소유주와 보상 협의를 하는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수용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도로와 같은 개념”이라고 했습니다. 이 땅은 결국 시의 계획대로 공공의 공원이 될 수 있을까요? 문화공원으로 만드는 것, 어떻게 보시나요?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