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인구의 절반이 넘는 도시인 청주의 시장 선거에는 사상 처음으로 정치 신인이 맞대결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시민운동을 해온 송재봉(53) 후보, 국민의힘에선 정통 관료 출신 이범석(55) 후보가 나섰다.
송 후보는 1993년부터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충북시민재단·충북엔지오(NGO)센터 등 시민단체에서 25년 동안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2년 남짓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한 경력도 있다. 송 후보는 지난달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한범덕(70) 현 청주시장을 누르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처음 충북 단체장에 도전했다.
이 후보는 1992년 3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뒤 충북도 정책기획관, 청주 부시장, 행정안전부 지역발전정책관 등을 거쳤다. 지난해 9월 퇴직하고 시장에 도전했다. 이 후보는 청주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7차례 나섰던 백전노장 최현호(64) 후보를 국민의힘 경선에서 따돌리고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송 후보는 관료 주도 행정 중단을 외친다. 청주시장은 민선 1기 김현수 시장(정치인)을 빼고 2~7기 모두 고위공무원 출신이 잇따라 맡았다. 송 후보는 <한겨레>에 “관료 출신 단체장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장점은 있지만 관례·선례 등을 답습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았으며 혁신적 리더십도 좀 부족하다”고 이 후보를 에둘러 꼬집었다.
이 후보는 정통 관료를 자처하며 송 후보를 압박한다. 이 후보는 “저는 정통 관료 출신 행정전문가로, 행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혁신과 새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 (송 후보가) 관료를 부정적 이미지로 몰아가지만 잠시 지낸 행정관은 관료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청주는 민선 1~7기 동안 단 한번도 재선 시장을 허락하지 않고, 여야가 번갈아 시장을 차지했다. 관전 포인트는 유권자가 가장 많은 흥덕구 표심이다. 흥덕은 민주당이 17대 이후 내리 5차례 국회의원을 차지한 텃밭이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47.5%)보다 윤석열 후보(48.13%)가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이에 윤 후보는 이 후보를 청주에서 5.55%포인트 차로 이겼고, 청주 과반 득표(50.67%)에도 성공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가 송 후보를 앞선다. <한국방송>(KBS) 청주방송총국이 케이스탯리서치에 맡겨 지난 8~9일 진행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를 보면, 이 후보(지지율 54.5%)가 송 후보(35%)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진재구 청주대 교수(행정학)는 “여야 모두 미세먼지·소각장 등 민감한 사안은 피해 가는 등 신박한 공약도, 눈에 띄는 차별점도 느껴지지 않는다. 뚜렷한 변수가 없다면 시장을 교차 선택하는 전통 표심에 따라 야당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후보 캠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