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현장에 흩어져 있는 피해목. 고성군 제공
고성 산불의 아픔을 간직한 피해목들이 목공예품으로 거듭난다.
강원도 고성군은 ‘화목(Burning Tree)한 희망공작소 블랙우드’ 사업을 시작한다고 27일 밝혔다. 블랙우드는 말 그대로 산불 탓에 ‘검게 타 버려 쓸모가 없어진 나무’를 잘라내 목공예품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이다.
2019년 출범한 고성군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주민들은 이런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궁리하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2020년 상반기 주민 제안 소규모 재생사업’ 공모에 도전해 사업비 2억원(국비 1억원)을 확보했다.
주민들은 거진6리 마을회관을 공방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블랙우드 마을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목공예 기술을 배우는 창의대학과 제작 공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사전 준비를 마치면 오는 8월부터 산불 피해목을 활용한 다양한 목공예품을 만들어 온라인과 지역 주요 관광지 등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목공예품은 불에 탄 나무의 속을 파내서 만든 화분, 도마, 의자 등 다양하다.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목공예 체험지도사나 기능인 등을 양성하는 사업도 벌일 참이다.
고성군은 블랙우드 사업을 통해 처치 곤란인 산불 피해목을 재활용하고, 목공예품을 함께 제작하는 경험을 통해 산불 트라우마를 겪는 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동용 고성군청 도시재생담당은 “이번 사업은 고성 산불의 아픔을 희망으로 극복하려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이 사업이 성공해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성군은 2018년 3월 죽왕면 산불, 2019년 4월 토성면 산불, 2020년 5월 토성면 산불 등 3년 연속 봄철 대형 산불이 발생해 모두 1707㏊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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