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고산 윤선도 손부 임귀남씨
고산 윤선도의 동시 100수를 번역해 박사 학위를 받는 임귀남씨. 임귀남씨 제공
이달 전남대에서 박사 학위
동시 ‘한국사람 지은 한시’ 뜻
서예 시작해 뒤늦게 한학 공부 “선조 정신세계 알고자 번역 나서
2~3년 내 나머지 94수도 옮길 터” “선조의 정신세계를 깊이 알고 싶어 번역에 도전했다. 하지만 필사본의 초서를 푸는 것부터 막혔다. (초서를 읽기 쉬운 해서로 바꿔 쓰는) 탈초 뒤에도 출전 등 배경지식이 없으면 한발도 나아갈 수 없어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한동안 필사본의 복사물을 들고 쩔쩔매던 그한테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전달한 원본 필름이 활로를 열어주었다. 초서에 밝은 한학자 안동교 선생은 수수께끼 같은 글자들을 하나하나 짚어주었고, 한문 고전을 연구 중인 국문과·중문과 교수들은 주석과 번역을 꼼꼼히 살펴 조언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의 논문은 번역보다는 각주와 주석의 분량이 훨씬 많아졌다. “처음부터 한자도 빠뜨리지 말고 직역해야 한다고 배웠다. 매끄럽게 의역하면 오류가 나기 쉽다고 했다. 초서를 풀고 중국어 사이트에서 출전을 확인하는 등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한 수 250자를 풀고 나면 한 달이 금세 지나곤 했다.” 그는 “다른 이들이 왜 엄두를 내지 않았는지 뒤늦게 깨달았다”며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고, 어려웠던 만큼 막혔던 한자 한자, 한구 한구를 풀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그의 여정은 서예에서 한학으로, 시작에서 번역을 거쳐 중국어로 40여년 동안 이어졌다. 그는 학위가 공부의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계획도 명확하다고 했다. “동시 100수를 푸는 데 5년이 걸렸다. 나머지 94수를 2~3년 안에 완역해 한국의 동시가 갖는 문학사적 가치를 높이겠다. 해남 윤씨 문중에서도 완역 이후 문집을 간행한다고 들었다. 조선의 동시에 담긴 선조들의 높은 이상과 소망이 오늘을 성찰하는 귀감이 되기를 고대한다.” 그는 앞으로 광주 녹양고문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기대승의 문집을 번역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사업 등에 헌신할 예정이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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