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고 전두환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조영대 신부, 김정호 변호사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5·18민주화운동 당시 장갑차에 치여 죽은 계엄군 사망사건의 가해자가 계엄군이었다는 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그동안 신군부는 시민군 장갑차가 계엄군을 치어 자위권(자기방어) 차원에서 발포했다는 논리로 시민 학살을 정당화했었다.
광주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최인규)는 14일 5·18단체(5·18기념재단, 유족회, 부상자회, 공로자회)와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가 고 전두환씨와 아들 재국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재국씨와 전씨의 사망으로 재판을 승계한 부인 이순자씨에게 5·18단체 4곳에 각 1500만원씩, 조영대 신부에게 1천만원 등 모두 7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또 2017년 4월3일 펴낸 <전두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와 같은 해 10월13일 펴낸 수정본은 허위사실을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 판매, 배포 등을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앞서 2017년 4월 전씨가 대통령 퇴임 30년을 맞아 펴낸 회고록에 대해 5·18단체 등은 “70곳에 허위사실이 담겨 있다”며 같은 해 6월 출판·배포 금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정신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총 7천만원 배상과 함께 62곳 삭제를 명령했다. ‘계엄군이 시민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했다’는 표현은 증거 부족으로 허위라고 인정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980년 5월21일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직전 일어난 장갑차 사망사건에 대해 “당시 현장에 있던 여러 계엄군의 진술에 비춰보면 계엄군의 장갑차에 의한 것으로 인정된다. 다만 전두환이 회고록을 집필할 당시 허위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으로 보여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광주시민의 광주교도소 습격 부분에 대해서도 1심 재판부는 근거가 없다고 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시민군의 공격행위는 있었지만 수감된 간첩 등의 해방이 목적은 아니었다”고 판단을 달리했다. 계엄군의 헬기사격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전일빌딩 총탄흔적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실로 봤다.
전씨쪽이 배상 책임이 없다는 근거로 제시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내란수괴죄와 내란목적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가해자가 허위사실이 담긴 회고록을 출간해 5·18단체의 정당성에 대한 폄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씨 쪽 변호를 맡은 정주교 변호사는 선고 직후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킨 판결”이라며 “즉각 불복 조처를 취하겠다”며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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