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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삶과 문화 보듬은 ‘지역출판 향연’ 즐기세요”

등록 2022-09-29 19:00수정 2022-09-30 10:12

[짬] 2022광주동구지역도서전 송광룡 집행위원장

송광룡 2022광주동구한국도서전 집행위원장.                      정대하 기자
송광룡 2022광주동구한국도서전 집행위원장. 정대하 기자
밭매고 농사짓던 할매들의 삶이 글과 그림으로 담긴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아스라히 잊혀가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마을의 생태를 뚝심 있게 품는다. 지역이 머금은 이야기를 발굴해 기록하는 것은 지역 출판사와 잡지사들의 몫이다. 여기서 지역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을 일컫는다.

광주광역시 동구와 한국지역출판연대, 광주문화재단은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광주 푸른길공원에서 제6회 한국지역도서전을 연다. 이번 행사는 광주문화재단, 광주 동구청, 한국지역출판연대가 지난해 6월 지역도서전 공동 개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추진됐다. 철도 폐선을 걷어 내고 조성된 광주 푸른길 공원에서 지역책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국지역도서전은 해마다 전국의 도시를 돌며 독자들을 만나는데 올 개최지는 광주 동구다. 송광룡 2022광주동구한국도서전 집행위원장(시인)은 29일 “한 권의 책을 펼쳐 놓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살피면서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 자리”라고 말했다.

제6회 한국지역도서전이 열리는 광주 동구 푸른길 공원.             광주 동구 제공
제6회 한국지역도서전이 열리는 광주 동구 푸른길 공원. 광주 동구 제공
올해 지역도서전의 주제는 ‘지역과 책 서로를 보둠다’이다. 543m 선형 공간에 설치된 100여개의 부스에서 책 전시와 공연, 체험마당이 펼쳐진다. ‘온 나라 지역 책장’ 부스엔 지역의 50여개 출판사가 펴낸 책 600여권이 전시된다. 전시되는 책들은 3년 이내에 세상 밖으로 나온 작품들이다. 또 전국 곳곳에서 지역의 가치를 보듬고 꼼꼼히 기록하는 잡지 300여 종을 선보이는 ‘온나라 잡지전’ 부스도 눈길을 모은다.

광주문화재단(맨왼쪽·대표 황풍년), 광주 동구청(가운데· 청장 임택), 한국지역출판연대(회장 강수걸)는 지난해 6월7일 광주 동구청에서 ‘2022 한국지역도서전’ 개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광주문화재단 제공
광주문화재단(맨왼쪽·대표 황풍년), 광주 동구청(가운데· 청장 임택), 한국지역출판연대(회장 강수걸)는 지난해 6월7일 광주 동구청에서 ‘2022 한국지역도서전’ 개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광주문화재단 제공
지역도서전에선 해마다 ‘천인독자상’을 시상한다. 지역 출판사들이 낸 책들 가운데 수작을 뽑아 주는 상이다. 지역출판의 가치에 공감한 천명의 독자가 만원씩 후원해 상금을 준다. 올해 천인독자상은 <살아남은 형제들>(호밀밭·이대진)이 대상을, <불후의 기록 대곡천의 암각화>(울산대·이하우)와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성 인문학 기행>(더좋은출판·이심훈)이 공로상을 받는다. 송광룡 집행위원장은 “그간 천인독자상을 받은 책들은 모두 지역이 아니면 출판하기 힘들었을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30일 오후 4시 동구 푸른길 특설무대에서 진행된다.

광주 동구와 지역출판연대 주최
6회 한국지역도서전 내달 2일까지
50개 출판사 책 600권, 잡지 300종
‘살아남은 형제들’ 천인독자상 대상
인형극 무대와 5월도서 400종도 전시

“지역서점의 지역책 매대 설치 지원을”

부산에서 산지니 출판사를 운영하는 강수걸 한국지역출판연대 회장(앞 줄 가운데).                                                <한겨레> 자료 사진
부산에서 산지니 출판사를 운영하는 강수걸 한국지역출판연대 회장(앞 줄 가운데). <한겨레> 자료 사진
옛 전남도청과 전일빌딩245 등 5·18항쟁의 사적지가 많은 광주 동구의 도시 특성을 살린 특별전 부스도 마련된다. 특별전엔 5·18 관련 도서 400여종이 전시된다. 또 ‘동구의 시간을 걷다’라는 부스에선 어르신들 구술을 담은 생애출판사업 발간도서 20여종을 선보인다. 이화경·엄수경 작가는 동화책을 인형극과 판소리 무대로 꾸민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물한다. 광주의 가장 오래된 영화관인 광주극장에선 10월 1, 2일 작가를 초청해 영화 속 책 이야기를 나눈다.

2022광주동구한국지역도서전 천인독자상 수상작.
2022광주동구한국지역도서전 천인독자상 수상작.
지역 출판사들은 지역의 삶과 문화, 역사 등 지역 콘텐츠를 발굴해 책을 만든다. 제주 도서출판 각은 <4·3과 여성, 덜 서러워야 눈물이 난다>, <해녀, 어머니의 또 다른 이름>, <1901년 제주 민란 연구> 등 4·3과 여성, 역사를 담은 책을 만들고 있다. 대구 출판사 한티재도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등 지역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며 책을 낸다. 부산의 산지니는 인문·문학 분야의 다양한 책들을 내 해외 도서전에도 초청받고 있다. 부산 호밀밭, 경남 통영 남해의 봄날, 강원도 춘천 문화통신과 산책, 대전 <월간토마토>, 광주 <전라도닷컴>과 심미안 등도 지역에 실핏줄처럼 숨어있는 ‘보물’을 발굴해 기록하고 있다.

2017 제주한국지역도서전. 연합뉴스
2017 제주한국지역도서전. 연합뉴스
하지만 지역 출판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단법인 출판유통진흥원이 낸 통계를 보면, 2020년 말 기준 6만7203개 출판사 중 73.8%가 서울과 경기에 몰려 있다. 지역 서점 활성화 조례가 13개 광역자치단체, 44개 시·군·구에서 제정됐지만, 지역출판진흥조례는 제주(2018)에 이어 부산·대구·경북·서울에서만 제정됐을 뿐이다. 최성구 사단법인 출판유통진흥원 팀장은 “지역 출판인쇄기업의 애로사항인 물류비용을 절감하려면 지역 출판물의 공동물류 창고를 확보하고, 지역출판진흥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22광주동구한국지역도서전 행사장.
2022광주동구한국지역도서전 행사장.
지역출판 생태계가 꿈틀거려야 지역 문화의 다양성이 숨쉴 수 있다. 강수걸 한국지역출판연대 회장은 “지역콘텐츠가 지역 출판사를 통해 책으로 출간되면 지역의 서점과 도서관이 상생 협력해 지역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집행위원장도 “지역에서 생산된 책을 소비할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지역에서 책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지역은 지식이 생산되지 않는 문화의 불모지가 될 것”이라며 “일단 지역서점의 지역도서 판매대 신설 지원 등의 방안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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