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전남 고흥군 고흥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여순 10·19사건 제75주기 합동 추모식에서 유족이 단상에 올라 힘들게 살았던 가족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지난해부터 정부가 주최하는 여순사건 추념식에 장관 등 고위급 인사와 일부 피해지역 자치단체장이 불참하면서 홀대를 받았다는 유족들의 지적이 나왔다.
행정안전부(행안부) 산하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와 여순전국유족총연합은 19일 전남 고흥군 고흥문화회관 광장에서 ‘여순 10·19사건 제75주기 합동추념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구만섭 행안부 차관보와 김영록 전남도지사를 비롯한 공영민 고흥군수, 정기명 여수시장, 김순호 구례군수 등 피해지역 자치단체장과 유족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추념식에서는 추모공연과 함께, 한덕수 국무총리가 영상 추념사를 내보냈고 구 차관보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추념사를 대독했다.
희생자 진갑천씨의 조카 순애씨는 세상을 떠난 직계가족을 대신해 단상에 올라 억울하게 숨진 진씨와 진씨의 주검을 찾기 위해 전국을 다닌 가족의 사연을 소개했다. 고흥군 두원면 청년회장이었던 진씨는 여순사건 때 징역 20년 형을 받고 수감 중 한국전쟁 때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유족들은 지난해와 달리, 장관과 일부 자치단체장(순천·광양·보성)이 빠지면서 여순사건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서운함을 내비쳤다. 지난해 1월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며 74주기 추념식이 정부 주최로 열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역대 국무위원 중에서 처음으로 참석했었다.
이규종(75) 여순10·19항쟁전국유족총연합 상임대표는 “지난해는 장관이 왔는데 올해는 차관도 아닌 차관보가 와서 유족들 사이에서 우려와 불만이 나온다. 정부가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또다른 유족은 “오늘 전남 시장·군수협의회가 장흥에서 열려 자치단체장이 많이 못 온 것으로 안다. 각 자치단체장이 여순사건을 의미있게 생각한다면 고흥에서 회의를 열어 모두 참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설명자료를 내어 “행안부 장관은 오늘 공공데이터 10주년 기념식 및 발전 심포지엄 참석으로 인해 부득이 여순 10·19사건 제75주기 합동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국무총리 영상 추념사, 행안부 장관 추념사를 준비하는 등 정부는 그 의의를 잘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순천시는 “오늘 시민들을 상대로 시정보고회가 있어 노관규 시장은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불참했다”고 했고, 보성군은 “이철우 군수가 전남시장·군수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어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광양시는 불참 이유를 묻는 말에 답변하지 않았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진압 출동을 거부하고 봉기를 일으킨 사건이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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