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다가옴에 따라 긴급대피한 어선들로 가득한 부산항 5부두. 연합뉴스 제공
1959년 사라, 2003년 매미에 견줄 만한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몰려오고 있다. 태풍의 직접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영남지역은 태풍 전야의 긴장감이 한껏 치솟고 있다. 제주지역은 간헐적 집중호우로 농경지 등의 침수 피해가 일부 발생했다.
경상남도는 3일 저녁 6시 위험경보 비상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4일 오전 10시께 비상2단계로 위험경보를 한 단계 높였다. 방재용 배수펌프장 169곳과 우수저류시설 18곳, 산업단지 비탈면 96곳,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136곳, 전통시장 62곳에 대한 긴급점검도 숨가쁘게 이뤄졌다. 경남지역 어선의 98%인 1만3266척은 안전지대로 대피를 마쳤다. 통영해양경찰서가 이날 아침 7시30분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등 남해지역 경찰들도 발걸음이 분주하다. 남해군은 5일 오후 1시부터 태풍경보 해제 때까지 남해대교 통행을 제한한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2일 모든 학교에 태풍 상륙 예고 시점인 ‘6일 하루 원격수업’을 일찌감치 지시했다.
부산도 태풍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부산 남구와 동구는 인명 피해 우려 지역에 거주하는 146가구 198명을 사전 대피하도록 했다. 해운대구는 마린시티·청사포·미포·구덕포 등 해안지역 주민들에게 5일 저녁 6시부터 인근 학교로 대피하도록 권고했다. 부산경찰청은 초당 풍속이 15~20m에 이르면 광안·남항·부산항·을숙도·거가대교 등 부산지역 해상교량 5곳의 컨테이너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풍속이 초속 20m를 웃돌면 해당 교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기로 기준을 정했다. 초속 25m 이상의 바람이 불면 낙동강 하굿둑도 전면 통제된다. 세병·연안·수안교 등 하부도로와 지하차도는 침수가 우려되면 미리 통제할 방침이다. 부산시교육청은 5~7일 학교장 재량으로 원격수업, 등하교시간 조정, 임시 휴업 등을 하도록 각급 학교에 권고했다. 대구시도 특별대응팀을 꾸려 빗물펌프장 60곳과 지하차도 35곳의 가동상황을 점검했다. 도로변 빗물받이 장판 덮개와 이물질 제거, 저수지 199곳과 급경사지 164곳 점검도 진행 중이다.
태풍 간접영향권에 든 제주엔 이미 적지 않은 비가 뿌렸다. 지난 2일부터 한라산 일대에 누적 300㎜ 안팎의 비가 내렸고, 4일 오전부터 제주 서남부지역인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에는 시간당 100㎜ 안팎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에 저녁 6시 현재 주택 3동과 상가 2동, 농경지 일부가 침수 피해를 봤다. 제주도 산지에 호우주의보, 서부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됐으며, 제주 전역에는 강풍주의보, 제주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린 상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날 제주에 이어 이날 영호남 전역에 태풍 예비특보(5일 낮 12시~자정 발효)를, 경기 김포·파주·연천과 인천 강화에는 호우 예비특보(4일 밤 9~12시 발효)를 발표했다. 부산·울산·전남·경남 일대는 앞서 2일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전국 22개 국립공원 609개 탐방로 통행과 고흥 녹동~여수 거문 등 37개 항로 여객선 52척 운항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태풍 힌남노는 5일 오후 3시 서귀포 남남서쪽 340㎞ 해상에 다다를 전망이다. 최대 풍속은 초속 49m, 중심기압은 935헥토파스칼(hPa)로, 2003년 한반도에 큰 인명·재산 피해를 준 태풍 ‘매미’보다 강력한 상태이다. 행정안전부는 4일 오후 4시30분께 태풍·호우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심각’으로 올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1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했다.
최상원 허호준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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