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미 뉴저지주립 럿거스대 유영미 교수
유영미 럿거스대 교수. 유 교수 제공
<백 년 전의 꿈> 표지.
기독교·미국 유학·미군사령부 근무
흥사단 활동·주미대사·서울대 총장
“시류 따르지 않고 ‘독재 반대’ 꼿꼿” 스탠퍼드대 때부터 35년 한국학 강의
“최근들어 중국·일본어 수강생 추월” 유 교수는 4년 전에 고 양상현 교수와 함께 <은자의 나라 한국>(1882)의 저자 윌리엄 엘리엇 그리피스가 럿거스대에 기증한 한국 관련 자료 중 사진 530여장을 정리한 <그리피스 컬렉션의 한국 사진>(눈빛)을 출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지원을 받아 ‘그리피스 컬렉션’ 중 그리피스가 호러스 알렌, 헨리 아펜젤러, 호머 헐버트 등 한국에서 활동하던 선교사와 이승만, 서재필, 이광수 등 한국인과 이토 히로부미 등 일본인에게 받은 편지를 묶어 영문판으로 낼 계획이란다. “편지 중 80%가 손글씨입니다. 일일이 타이프를 쳐서 정리하고 주해를 다니 모두 36만 단어나 되더군요. 이 가운데 3분의 1은 책으로, 나머지는 디지털 아카이브로 발행합니다.” 내용을 궁금해하니 이렇게 답했다. “그 시절 대부분 선교사는 일본이 문명국이라 한국을 지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투였지만 오로지 헐버트만 일본의 한국 지배는 잘못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한국말을 잘했기 때문에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 깊었어요.” ‘물론 나는 한국이 완전히 끝났다고 믿지 않습니다. 한국은 일본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서구문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결정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잘한 것으로 판정이 날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미래가 어떻게 결정되든 나는 한국이 일본보다는 나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 교수가 헐버트의 편지 중 큰 감동을 받았다는 1911년 1월2일치 내용이다. 그는 올해부터 럿거스대학 출판부에서 한국 출간 도서 중 매년 3권을 선별해 영어로 번역해 낼 예정이다. 이 ‘현대 한국 도서 시리즈’ 첫 권은 <윤동주 평전>(송우혜 저)이며, <가재미>(문태준),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김숨), <내 남편 윤이상>(이수자), <기형도 시집>도 목록에 있다. 그가 96년에 럿거스대학 첫 한국학 교수로 부임할 때 중국학과 일본학은 이미 교수가 4~5명이었단다. 지금은 중국 7명, 한국과 일본이 각각 5명이다. “매년 럿거스대 한국학 과목 강좌에 등록하는 학생이 약 700여 명으로 3년 전에 중국을, 2년 전에는 일본을 넘어섰어요. 미국 대학 전체로도 지난 몇 년 외국어 수강생은 크게 줄었지만 유독 한국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그는 미국과 캐나다 대학의 한국어 교수가 속한 북미한국어교육학회(AATK) 회원도 자신이 회장이던 15년 전쯤에는 100명이었지만 지금은 350명이라고도 했다. “올가을 학기를 앞두고도 10명 정도의 한국어 교수 채용 공고가 나왔더군요.” 럿거스대학의 한국어 전공과 부전공 학생은 각각 15명과 55명이지만 한인 동포는 소수란다. “한국어 수강생이 약 20년 전만 해도 한인이 절반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10~20%입니다.” 그는 “한류와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가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이런 말도 했다. “영어권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배우기 어려운 언어입니다. 초급 과정에 몰리는 학생들을 얼마나 많이 고급 한국어 수업까지 끌어올리느냐가 과제이죠. 학생들은 자신의 한국어 실력이 느는 것을 봐야 학습에 재미를 느끼거든요. 이 때문에 힘들지만 재미있는 한국어 커리큘럼을 짜느라 고심을 많이 합니다.” 그가 2년 전 개설한 한영통번역인증과정이나 한국문화 교육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시조 강좌도 이런 노력의 하나다.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선지 통번역인증과정 인기가 좋아요. 작년에 6명, 올해 19명이 과정을 마칩니다. 이 과정은 한인 학생이 60% 정도 됩니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79년에 미국 유학을 떠난 유 교수의 어머니는 한때 서울 여의도 공원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한글을 발명해 우리 딸이 직업을 갖게 되었다”며 감사의 절을 올렸단다. 그의 언니(유영난)와 조카(김지영)도 한국 문학을 영어로 옮기는 저명한 번역가이다. “국어교사를 하신 어머니가 기억력이 뛰어나고 말씀도 청산유수로 잘하셨어요. 제가 어릴 때 밤에 정전이 되면 이부자리에 자녀들을 눕히고 시조와 현대시를 외우게 하셨어요.” 그는 30년 이상 한국어를 연구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한국이 세계에 내놓은 문화업적 중 하나만 고르라면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입니다. 한글은 한국어에 딱 맞는 문자이죠. 만약 로마자로 한국어를 가르쳐야 한다면 너무 괴로울 것 같아요. 언어를 받아들여야 그 문화를 제대로 받아들입니다.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가사를 외국인들이 열정적으로 부르는 게 의미가 큰 것도 그래서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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