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늙는 것의 과학
류형돈 지음 l 이음 l 2만2000원 채널을 돌리다 보면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에 대한 정보를 늘어놓는 프로그램을 만나게 된다. 패널들이 비밀을 알리는 양 건강보조식품을 소개하면, 여지없이 홈쇼핑 채널에서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메시지가 날아오기도 한다. “아들아, 요즘 ○○○가 그렇게 좋다던데….”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세포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는 류형돈 교수가 낸 <가장 큰 걱정>은 오남용되는 건강 정보에 대한 다이어트를 권한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가 어떻게 나이 들어 가는지 연구해 온 지은이는 모든 (중년 이상) 인류의 화두인 ‘노화’를 피할 방도를 과학사와 진화론을 이용해 쉽게 설명한다. 지은이가 진단하는 건강수명의 가장 큰 위협은 다름 아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현생인류의 출현 뒤 10~20만 년 기간 동안 우리는 배고픔에 익숙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불과 40~50년 전까지 ‘보릿고개’라는 단어가 통용됐다는 점에서, 우리 디엔에이(DNA) 깊숙이 에너지를 아끼는 자린고비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갑작스러운 영양 과잉에 혼란스러운 세포들은 비만과 고혈압·당뇨로 고통을 호소하는데, 이는 어찌 보면 영양 과잉이라는 뉴노멀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자연 선택’을 강요하는 진화의 방향 전환일 것이다. 인류의 진화는 최소 수만 년 뒤의 일. 지금의 건강한 생존을 위해 지은이가 권하는 비결은 단순하다. 적게 먹고 채소와 과일을 즐기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국영수를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하라”는 식의 결론이 허망하다기엔, 책이 소개하는 과학적 근거가 탁월하다. 오늘 밤 치킨은 참는 것으로.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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