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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입 먹고 식사 끝’ 나도 해볼까?…‘소식좌’ 유행의 그늘

등록 2023-02-02 07:00수정 2023-02-02 15:54

작년부터 새로운 먹방 트렌드 ‘소식좌’ 영상, 거센 비난에 삭제
‘극단적 소식 강박’ 우려…전문가 “식이장애 부추길 수 있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부터 ‘먹방(먹는 방송)’ 콘텐츠의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른 ‘소식(적게 먹기) 먹방’이 논란이다. 그동안 유행해온 폭식 먹방의 자극적인 모습에 질린 이들에게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극단적인 소식 콘텐츠가 다이어트 강박 등에 일조한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 1월16일 방송인 김숙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소식좌(적게 먹는 사람을 뜻하는 유행어)’를 주제로 한 영상이었다. 연예계 대표 ‘소식좌’로 꼽히는 박소현과 산다라박이 과자와 과일 등을 한입만 먹고 “배부르다”고 표현하고, 김숙이 남은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왔다. 김숙이 박소현과 산다라박을 44좌로, 자신을 66좌로 표현하며 체형을 비교하는 내용도 담겼다. 영상이 올라가자 에스엔에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청소년 사이에서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몸)’, ‘프로아나(거식증 옹호)’가 유행인데 이런 영상이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냐”는 반응이 일었다. 결국 영상은 삭제됐고, 김숙은 “여러 방면으로 고민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19일 방송인 김숙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소식좌’를 주제로 한 영상 속 장면들.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달 19일 방송인 김숙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소식좌’를 주제로 한 영상 속 장면들.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소식 먹방 콘텐츠가 처음 유행했을 때만 해도 이런 반응은 드물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식욕이 없어 바닐라 라떼로 한 끼를 해결하고, 비빔밥 하나를 세끼에 걸쳐서 먹는 연예인의 모습이 각종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전파됐다. 소식 먹방을 주제로 한 웹예능이 등장하고, 소식 연예인들이 광고 모델에 나서기도 했다.

몇 년째 식문화 콘텐츠의 주류를 차지했던 것은 많이 먹거나,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자극적인 먹방이었다. 먹방은 종종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일부 먹방 유튜버들에게는 음식을 씹다가 삼키지 않고 뱉는데 이를 편집하고 있다는 일명 ‘먹뱉(먹다가 뱉음)’ 의혹이 일었다. 먹방 유튜버들이 너무 많은 육식을 소비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종의 ‘반작용’으로 소식 먹방은 건강도 챙기고 환경도 지킬 수 있는 신선함으로 다가갔다.

연예계 소식좌로 꼽히는 안영미(왼쪽)와 코드쿤스트, 산다라박. <문화방송> 유튜브 캡처
연예계 소식좌로 꼽히는 안영미(왼쪽)와 코드쿤스트, 산다라박. <문화방송> 유튜브 캡처

문제는 극단적인 소식 콘텐츠가 한국 사회에서 또 다른 다이어트 강박 유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식 먹방에 등장하는 이들은 식욕 부진 때문에 적은 양을 먹고 있을 뿐이지만, 다른 맥락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이소정(26)씨는 소식 먹방 콘텐츠를 보기 시작하며 단식과 폭식을 반복하는 등 식이 장애가 심해졌다. 그는 소식 영상을 보며 ‘저렇게 먹어야 마른 몸을 유지할 수 있고, 저렇게 적게 먹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들과 자신의 음식량을 비교하며 우울감에 빠졌다. 더는 소식 영상을 보지 않는다는 이씨는 “미디어에서 ‘소식좌’라고 칭하는 이들은 ‘초절식’자에 가깝다”며 “다이어트 강박 사회에서는 일반적인 양을 먹어도 ‘너무 많이 먹었다’며 죄책감을 갖기 쉬운데, 소식 콘텐츠가 끼칠 부정적인 영향이 걱정된다”고 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소식좌가 되겠다’며 평소의 식사량을 고려하지 않고 극도로 적은 양의 음식을 먹으려고 시도하는 글이나, ‘40㎏ 소식좌가 먹는 법’과 같은 일반인의 유튜브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소식 먹방이 의도와 다르게 식이 장애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기존 대식 먹방 등이 식습관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많다”며 “지나치게 적게 먹는 행동도 지속하면 중단할 수 없게 된다. 엔도르핀이 증가해 단식에 대한 갈망이 생기고, 밥을 정상적으로 먹기 어려운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처음 소식 먹방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다양성 차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다만 방송의 경우 자극적인 요소가 필요해 적게 먹는 식습관을 마치 일반적인 것처럼 묘사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콘텐츠 제작자들이 더 섬세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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