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김현아 한림대성심병원 교수
김현아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성인 정신질환자가 심각한 병세를 겪는 동안만이라도 치료비와 생활비, 주거비 등의 국가 부조를 통해 환자의 자조를 책임져주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아리 객원기자
김 교수가 최근 펴낸 책 표지.
‘딸이 조용히 무너져…’ 책에 담아
집필 위해 해외 서적과 논문 섭렵
“병과 환자 이해하려는 노력 중요”
“성인 정신질환자 병세 심각하면
국가가 치료비와 생활비 지원을” 학술상 다수 류마티스내과 전문의 서구에서 양극성 장애 유병률은 1∼2%이고,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질환 순위 중 양극성 장애는 28번째다(2019년 세계질병부담 기준). 이렇듯 드문 병이 아니지만,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나 약물 개발은 더딘 상황이다. 아이는 나아지는 듯하면서도 악화되었다. 계속되는 자해와 자살충동에 공황발작까지 나타나면서 부모가 수시로 응급실 호출을 받아야 했다. 완치의 희망은 고사하고 그저 오늘 하루만 아이의 죽음을 임시변통으로 막는 듯한 날들이 이어졌다. 담당의는 “최악의 사태가 생겨도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바다를 부서지는 배를 타고 헤매는 심경”이었다. 하지만, 딸의 투병 과정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우리 사회의 부실한 장애복지 시스템도 돌아보는 과정이 되었다. 그는 “아이의 병이 아니었더라면 장애인 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피상적인 문제의식밖에 가지지 못했을 것”이라며 “아이의 병은 부모에게 인생을 새롭게 가르쳤고 부모는 얼마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정신질환은 대체로 장애로 인정해주지 않고 심각한 중증 정신질환의 10% 정도만 장애로 인정해주고 있다”며 “성인 정신질환자가 심각한 병세를 겪는 동안만이라도 치료비와 생활비, 주거비 등의 국가 부조를 통해 환자의 자조를 책임져주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인 정신질환자가 병으로 인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 살아가는 경우 자괴감으로 병세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 역시 과중한 치료비 부담으로 붕괴되기가 쉽다. 특히 최근의 신경다양성 이론은 정신장애를 비정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양한 신경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정신질환자들이 남들이 하지 않는 사고로 사회를 발전시키는 기여를 함으로써 인류 종을 지켜왔다고 분석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낙인 대신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는 “부부 모두 의사로 일하는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우리처럼 전문 지식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견뎌낼까?” 하는 마음에 자신이 먼저 알게 된 것들을 나누고자 책을 펴냈다. 그는 정신질환 가족들에게 “만성질환이기에 마라톤이라고 생각하며 임할 것”을 강조하며 몇가지를 당부한다. 과도한 연민 대신 병과 환자에 대해 이해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 부모의 마음을 먼저 다스릴 것, 재정적·경제적 고려를 확실히 할 것, 내가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환자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의 한계선, 내가 환자의 삶에 개입해서는 안 되는 경계선 등을 세우고 지킬 것 등이다. 그는 3년 전 ‘죽음을 배우는 시간’(창비)을 펴내면서 “우리가 죽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죽음보다 더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일깨워 준 바 있다. 그는 이번 책을 통해 우리가 생에서 전혀 예기치 않은 고통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그것은 고통을 직시하고 최선을 다해 해결에 전념하되 다른 고통받는 이들과의 연대를 지향하는 것이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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