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생각한다> 이상욱, 홍성욱, 장대익, 이중원 지음 동아시아 펴냄 1만4000원
잠깐독서 /
앨런 소칼, 지적 사기, 소칼의 속임수, 과학 전쟁. 20세기 말에 벌어진 과학과 사회과학 인문학을 둘러싼 세계적 논쟁의 핵심 열쇠말들이다. 뉴욕대 수리물리학자인 앨런 소칼은 평소 포스트 모더니즘 계열의 학자들이 과학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 학자들이 쓴 글에서 멋있어 보이는 부분을 짜깁기해 엉터리 논문을 만들었다. 이를 ‘소셜 텍스트’라는 문화학 계열의 학술지에 투고해 출판했다. 소칼은 자신이 논문을 엉터리로 만들어 낸 과정과 그 논문이 출판된 사실, 그리고 자신이 왜 이런 일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링구아 프랑카’라는 다른 인문학 잡지를 통해 폭로했다. 이 과정 전체를 ‘소칼의 속임수’라고 한다. 과학지식의 성격과 과학 연구의 본질을 놓고 벌인 학술 토론이였지만, 전쟁이라는 표현을 쓸만큼 상대방의 연구분야에 대한 폄하와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과학으로 생각한다>(동아시아)는 2005년 <한겨레>에 <과학 속 사상, 사상 속 과학>으로 연재한 것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과학과 세계관, 과학과 철학의 논쟁, 과학과 사회의 관계, 미래 과학의 모습에 대해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통합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과학은 그 자체가 논쟁의 역사다. 닐스 보어와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에서는 양자이론이 과연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러시아 공산당을 창설해 혁명을 주도했던 레닌은 마흐가 지식이 감각 경험의 총체일 뿐이라는 주장에 대해 외부의 세계는 우리의 감각과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책은 ‘자연과학은 얼마나 확실하고 객관적이며 보편적인가’라는 의문에도 답한다. 사회구성주의자들은 과학적 지식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과학적 지식은 그렇게 객관적이고 보편적이지 않다. 19세기에 촉발된 골상학 논쟁도 사회 개혁과 신분 상승을 꾀하던 부르주아 계급과 지배 계급의 사회적 이해관계의 대립에서 나왔다고 본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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