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소수자 눈으로 본 ‘지금 여기’

등록 2007-02-01 14:40수정 2007-02-01 19:55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지음, 그린비 펴냄. 1만2000원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지음, 그린비 펴냄. 1만2000원
잠깐독서/

책 제목이 눈에 띈다. 제목의 ‘고추장’은 무엇을, 누구를 의미하는 것일까. 책머리에서 글쓴이는 자신의 성이 ‘고’씨고, 일하는 연구실(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직책이 ‘추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추장인가. 글쓴이는 프랑스 인류학자 피에르 클라스트르의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에 나오는 푸시에 추장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추장을 택한 이유를 돌려서 말한다. 권력냄새가 나는 ‘대표’라는 말 대신 ‘추장’은 훌륭한 일꾼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긴다.

니체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자신을 세상에 알린 고병권은 이 책에서 책과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의 시선은 소수자에 맞춰져 있고, 그의 목소리는 오늘의 우리 사회를 향해 있다.

책은 1,2부로 짜여져 있다. 1부는 글쓴이가 읽은 책을 통해 자유, 행복, 기억, 역사, 기술, 인권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읽은 책들을 요약하거나 해설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 일상의 삶 속에서 책을 풀어 낸다. 예컨대, 알코올중독자가 술을 마시는 것은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일까? 저자는 베르그손의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과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인용하며 ‘자유가 능력의 문제’라고 말한다. 나의 현재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할 때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즉, 알코올 중독자가 술에 대한 의존을 극복할 때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2부는 최옥란에 대한 글로 시작한다. 그는 5년전 명동성당 앞에서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외치며 외로이 투쟁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장애인이고 무학력에 가까웠으며,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긴 이혼녀에, 가난한 사람이었다. 글쓴이는 그의 모습에서 한국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장애인, 빈민, 여성, 저학력자 등의 소수자를 담아낸다.

우리 사회의 대표들 누구도 그 뜻을 대신해 주지 않는 문제, 장애인 이동권 및 생계권, 농민의 실존적 죽음, 빈곤 및 양극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프티에이),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대해 분석하며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