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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두드려라, 클래식이 열릴 것이다

등록 2007-10-19 22:01수정 2007-10-19 22:20

〈열려라, 클래식(증보판)〉
〈열려라, 클래식(증보판)〉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열려라, 클래식(증보판)〉 이헌석 지음/돋을새김

고등학교 2학년 때 인천에선 특별한 음악 감상회가 달마다 열렸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음반에 담긴 음악을 들었다. 음악회 주최자는 너무 평범한 게 오히려 특별했다. 그는 막일을 하는 분이었다. 어눌한 인사말에서 늦게 고전음악에 눈뜬 이의 풍족한 자부심과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려는 순수함이 느껴졌다.

나는 급우 서넛과 두어 번 음악회에 참석했다. 우린 ‘염불’과 ‘잿밥’, 둘 다 관심 있었다. 철없이 경품에 눈이 어두웠다. 한번은 경품 응모권을 여러 장 응모함에 넣어 당첨 확률을 높여 주위의 따가운 눈길을 뒤로 하고 각자에게 돌아갈 경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나는 <에그몬트 서곡>이 담긴 베토벤 음반을 챙겼다.

그 무렵 선보인 음악전문잡지는 창간호 별책부록으로 ‘클래식 음반 총목록’을 곁들였다. 음반 목록집은 어린 눈에도 꽤 잘 만들었다. 당시 출시된 클래식 음반을 망라한 것 같았다. 다만, 목록 위주여서 읽을거리가 부족한 게 약간 아쉬웠다. 이헌석의 <열려라, 클래식>은 뒤늦게라도 그런 아쉬움을 풀어준다. 게다가 한결 유연하다. 고양이 톰이 그려진 반팔 윗옷을 입은 책날개 저자사진에서 보듯 그는 격식 같은 건 안 따진다.

이헌석은 전방위 음악평론가다. 그의 음악 취향은 다양하다 못해 특이하다. “바흐와 모차르트를 이야기하는가 하면 시카고와 홀 앤 오츠의 팬이라 하고, 마일스 데이비스나 앙드레 가뇽을 이야기하다가 느닷없이 핑클의 노래가 좋다고 우기니.”(정일서 프로듀서, 추천의 글) 나는 장르를 안 가리는 그의 음악 선호가 미덥다. 혹시라도 잡식성을 빌미로 그의 실력을 얕봤다간 큰코다친다. 그는 내공이 대단하다. 그의 팝음악 상식은 부전공이고, 전공은 클래식이다. 그는 먼저 클래식 초보자에게 도움이 되는 기초상식을 일러준다. “클래식 음악이란 오랜 세월을 거치며 권위 있는 예술 작품으로 자리 잡은 음악을 통틀어 지칭하는 용어”다. 교향곡은 소나타 형식의 대규모 관현악곡을 말한다.

이헌석은 클래식과 친해지는 방법으로 클래식 전문 방송 청취를 권한다. 나도 우연찮게 <케이비에스-1 에프엠>에 주파수를 맞췄다가 고전음악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자신이 듣기 좋은 곡부터 감상하길 조언하면서 클래식 소품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라디오에선 바흐의 <지(G)선상의 아리아> 같은 곡을 주로 프로그램의 막간에 들려준다. 나는 그럴 때를 기다려 널리 알려진 클래식 소품을 카세트테이프에 담기도 했다.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옴니버스 편집음반과 크로스오버 음악을 다룬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나, 이 책의 본령은 바흐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 시대 순으로 작곡가의 중요한 음반을 소개한 3장이다. 작곡가의 간략한 생애 서술에 이어 악곡의 종류에 따라 그 음악가의 작품을 제대로 소화한 명연주가 담긴 음반을 현장감 있는 해설과 함께 추천한다. 이헌석은 “작가의 면전에서 판결을 내린다”(베냐민)는 비평가의 직분에 충실하다. 그런데 싫은 소리는 하지 않는다. 하기야 자신이 고른 명연주 명반에다 무슨 군말을 더하랴.

감히 말하노니 이헌석의 주문을 외우는 이여, 그대에게 황홀한 고전음악의 세계가 열릴지어다. ‘열려라, 클래식.’

최성일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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