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하라〉
■ ‘칠레의 문화전사’ 하라의 투쟁
〈빅토르 하라〉
군사독재에 억눌린 칠레 민중에게 그의 노래는 분노의 배출구였다. 칠레의 민중가수 빅토르 하라(1935~1973)는 1980년대 한국의 ‘노찾사’였다. 아내이자 친구였던 영국인 무용가 조안 하라가 빅토르 하라의 투쟁과 둘의 사랑을 담았다. 하라는 군홧발과 미국의 문화 침략에 맞서 노래와 연극이라는 무기로 투쟁했다. 가수·시인이자 연출가였던 그에게 미학적 가치란 칠레의 정치적 현실과 분리할 수 없었다. “내 주변에 보이는 것들에 점점 마음이 이끌렸어요. 조국의 빈곤….” “병사여, 날 쏘지 마라. 날 쏘지 마라. 병사여!” 하라는 ‘저항가요’를 넘어 ‘혁명가요’를 불렀다. 그는 1970년 선거로 첫 사회주의 정부를 세웠던 살바도르 아옌데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문화예술 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1973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일으킨 쿠데타로 아옌데도, 하라도 주검으로 발견됐다. 기타를 치던 손가락은 짓뭉개지고 두 손목까지 부러진 상태였다. 하라는 끌려나가 총살당하기 전 노래했다. <우리 승리하리라>. 차미례 옮김/삼천리·1만8000원.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 의료 양극화, 인류애로 극복하라
〈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병원들이 수가가 높은 의료에 치중하게 돼…환자를 선별해서 받는 비극이 발생할 것이다.” 응급실 의사인 지은이는 프랑스에서 현재 추진 중인 공공종합병원 민영화 정책이 가져올 “불 보듯 뻔한” 결과를 우려한다. 의료진 축소, 병원 통폐합, 환자부담금 증대 등의 차례를 거치면서, 의료양극화는 심화되고 사회안전망은 끊어진다. 그러므로 “공중보건은 영리 기업체의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인 보건 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은이는 확고한 신념으로 인류애를 향한 투쟁에 관심과 동참을 호소한다. “우리의 임무는 인도주의적일 뿐 아니라 정치적이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글들은 조금도 딱딱하지 않고 짧은 호흡으로 흥미롭게 읽힌다. 환자와 의료진이 교감하는 안타까운 사연과 뭉클한 감동도 묻어난다. 이들은 누구나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고 나이·성별·국적·빈부에 관계없이 진료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것이 공공의료 체계다. 파트릭 펠루 지음·양영란 옮김/프로네시스·1만38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루쉰 아내’ 그늘 속 쉬광핑 재조명
〈쉬광핑〉
1898년 중국 광둥에서 태어난 여자 아이가 있었다. 낡은 청 제국이 몰락의 가쁜 숨을 몰아쉬던 시절, 소녀는 수천년 동안 중국 여성들의 발을 불구로 만들어오던 전족을 피할 수 있었고, 글도 배웠다. 혁명과 근대화를 향한 열망이 퍼져가던 시절, 19살 소녀는 아버지가 정한 혼약을 파기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스물일곱 살 되던 해, 열일곱 살 연상에다 이미 아내가 있던 스승 루쉰을 만나 당돌한 연애를 시작한다.
<쉬광핑>은 흔히 중국 근대의 가장 위대한 작가인 루쉰의 아내로만 기억되는 ‘중국의 신여성’ 쉬광핑을 ‘루쉰의 그늘에 갇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한 여성’으로 재조명한다. 여성 사학자로 “중국 근현대사의 거대한 구조에만 마음을 두다가 취업의 벽에서 남녀 차별을 실감하고 역사 속 여성의 삶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지은이는 쉬광핑의 삶과 중국 근현대사의 격변을 씨실과 날실 삼아 엮어낸다. 세상의 비난을 극복하고 자신을 선택한 쉬광핑에게 내조만 해 달라고 요구하는 루쉰, 중국 혁명의 많은 모순들에 눈감은 쉬광핑의 말년, 쓸쓸한 시대의 풍경이다. 윤혜영 지음/서해문집·1만1000원.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 ‘2MB 시대’ 극복하는 진보의 교양
〈1%의 대한민국〉
열심히 사는데 왜 우린 행복하지 않을까. 물리학 표준모형에서 모든 입자들의 질량을 결정하는 것이 힉스라면, 동일 노동-동일 임금의 원칙조차 허무맹랑의 공간으로 밀어내고 우리 삶에 이토록 무거운 질량을 얹은 ‘그’는 누구인가. 힉스야 강입자 가속기(LHC)가 가동됐으니 실체를 찾을지 모르지만 ‘원한의 그’가 세운 성채는 여전히 요령부득이다.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산다는 말이 노동자들의 불행을 분칠하는 짓이므로 삿된 것이고 허랑방탕한 ‘지배인’의 논리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제를 더 궁리해 본 이들은 그것을 승자 독식, 80 대 20의 사회라는 말로 요약한다. 이것이 여섯 명의 전문가들이 시민강연에 나선 이유다. ‘2엠비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진보의 교양’을 역사(한홍구)·삶의 태도(강수돌)·노동(김진숙)·외교(이철기)·인권(배경내)·생명(윤구병)의 여섯 주제로 나눠, 양극화 진단과 극복을 위한 모색과 대안을 실었다. 철수와영희·1만2000원.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쉬광핑〉
〈1%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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