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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유재석도 “부담”이던 ‘유 퀴즈’ 윤석열 “안 나올 걸 그랬나”…그러게요

등록 2022-04-21 13:16수정 2022-04-22 16:46

20일 대통령 당선자 출연…1주일 전부터 찬반 시끌
진행도 편집도 급조한 분위기…“양쪽 성의 느껴지지 않아”
프로그램 갈무리
프로그램 갈무리

진행한 쪽도 출연한 쪽도 준비가 안 된 모습이었다. 어떤 대화가 오갈지 시청자들이 방송 1주일 전부터 촉각을 곤두세운 것 치고는 신변잡기 외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출연한 <유 퀴즈 온더 블록>(티브이엔·이하 <유 퀴즈>) 얘기다. 그의 출연을 놓고 찬반이 뜨거웠던 것을 감안하면 허무할 정도다. 

20일 전파를 탄 <유 퀴즈>는 방영 일주일 전인 13일 윤 당선자가 출연해 녹화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시청자 게시판을 후끈 달궜다. 하루 만에 약 3000여개의 글이 올라왔고, 방송이 나간 20일까지 1만여개의 댓글이 쏟아졌다.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 않는 정치인 출연을 반대한다” “윤 당선자가 부처 장관 후보 지명을 두고 나오는 잡음을 예능 출연으로 잠재우려 한다”는 등의 목소리였다. 시청자 신뢰도 ‘1순위 연예인’으로 꼽히는 진행자 유재석을 향한 원성도 터져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정치인 출연 논란’은 둘째 치고 도대체 왜 윤 당선자가 출연한 것인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다수다. 윤 당선자의 사법고시 ‘9수’ 일화 등 이미 다 알려진 이야기가 재탕삼탕됐고, 어제 뭘 먹었는지, 잠은 몇시에 자는지 같은 시시콜콜한 질문이 계속됐다. 평소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솜씨 좋게 끄집어냈던 <유 퀴즈>와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긴장감도 여과없이 노출됐다. 유재석이 윤 당선자에게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참모의 뜻인지 본인의 의지인지 물어보자, 윤 당선자는 “반반이라고 봐야한다. 국민이 많이 보시고 좋아하는 프로라는 얘기를 해주셔서, 한번 나가보라고 해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유재석이 “한편으론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하다. 여러가지 저희 입장에서는…”이라고 하자, 윤 당선자는 “그럼 제가 안 나올 걸 그랬나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영 풀리지 않았다. 유재석은 “우리 스태프분들 왜 안 웃으시지”라며 “경호원 분도 계시다보니 저희 촬영장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건 사실”이라고 했다.  

방송을 본 한 50대 남자 시청자는 “<유 퀴즈> 쪽은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며 당황하는 모습이었고, 윤 당선자 쪽에선 ‘유재석이 알아서 해주겠지’ 싶은 듯했다”고 꼬집었다. 윤 당선자의 출연을 찬성했다는 한 누리꾼도 “<유 퀴즈> 쪽에서 집중하지 않는 모습이 느껴졌다. 밋밋한 편집도 아쉽다”고 했다. 다른 케이블티브이의 한 예능 피디는 “방송을 보고 나니 양쪽 모두 성의있게 준비한 것 같지 않았고 관심을 끄는 내용도 없었다”며 “왜 이렇게 떠들썩하게 논란을 일으키며 당선자를 출연시킨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뜨거운 관심에 비해선 시청률도 고만고만했다. 21일 시청률 조사기관 티엔엠에스 기준으로는 3.5%, 닐슨코리아 집계로는 4.4%로 나타났다. 지난 방송보다 티엔엠에스 기준에서는 0.4%포인트 하락했고, 닐슨코리아 기준으로는 0.6%포인트 상승했다. <유 퀴즈> 자체 최고 시청률은 6.7%다.  

연령별로 보면 10대~40대까지 모두 시청률이 떨어졌고, 50~60대는 소폭 상승했다. 특히 30대 여성 시청자층이 가장 많이 이탈해 전 주 시청률 4.6%에서 이날은 2.4%로 뚝 떨어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은 ‘그들도 우리와 같다’는 공감을 안기며 친근감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이미지 권력’은 공적인 활동뿐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도 작동한다”며 “예능의 힘이 커진만큼 정치인들의 출연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도 비판과 비난도 한몸에 받는 고독한 자리라 생각한다. 열심히 하고 거기에 따른 책임과 평가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방송사나 윤 당선자도 녹화 전부터 이미 정답을 알고 있던 것 아닐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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