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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박해일=박찬욱 신작 ‘헤어질 결심’…칸 황금종려상은?

등록 2022-05-24 10:27수정 2022-05-25 02:04

[오승훈의 이 칸 저 칸] ⑦ 박찬욱 신작 보니
박해일·탕웨이 주연 ‘헤어질 결심’ 세계 최초 상영
수사물 당의정 입은 고전 멜로에 ‘네오 누아르’ 명명
‘가디언’ 별 다섯개 만점…“황금종려상 받을만”
23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행사장인 뤼미에르 대극장 앞 레드카펫에서 박해일, 박찬욱 감독(가운데), 탕웨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23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행사장인 뤼미에르 대극장 앞 레드카펫에서 박해일, 박찬욱 감독(가운데), 탕웨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수사물의 당의정을 입은 고전 멜로.

23일 오후(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은, 칸의 총애를 받아온 이 거장이 자신을 사로잡았던 영화 형식으로 만든 익숙하고도 새로운 러브스토리다. 고전 형사물의 드라마적 기법을 바탕으로 언어가 다른 두 사람의 내밀한 연정을 폭력과 섹스 같은 자극적 장면 없이 담백하게 그려냈다. <헤어질 결심>을 포함해 총 네차례나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 감독은 이날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월드프리미어 상영 뒤 터져 나온 8분여 동안의 기립박수에 감격해하며 “이렇게 올드하고 지루한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드린다”고 겸양의 인사를 건넸다.

부산서구경찰서 강력팀장 해준(박해일)은 미제사건을 수사하는 도중 산 정상에서 추락사한 한 남자의 변사사건을 맡게 된다. 변사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는 자신을 조사하던 해준에게 “(남편이)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라고 의미심장한 진술을 남긴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는 모습에 해준은 서래를 용의선상에 둔다. 장시간 신문 뒤 사건 당일 서래의 알리바이를 탐문하던 해준은 잠복수사로 그를 지켜보면서 의심과 관심의 마음을 동시에 품게 된다. 좀처럼 속내를 내비치지 않는 서래는 해준이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저함 없이 해준에게 다가간다. 서래에게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해준은 사건을 종결한 뒤 서래와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서래의 결정적 비밀을 알게 된 해준은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헤어질 결심>은 박 감독이 기존 형사물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만든 작품인 것만 같다. 해준은 다른 영화에서 봐왔던 거칠고 무례한 형사 캐릭터가 아닌, 인간의 품위를 지키는 반듯한 이미지의 인물이다. 이야기 전개 방식도 요즘 영화답지 않게 차분하고 조용하다. 영화 공개 전날인 22일 오후 칸 현지에서 마련된 티타임에 박 감독은 “미묘하게 관객들한테 스며드는 그런 영화, 좀 고전적인 영화를 하고 싶었다”며 “잘못하면 구식 영화가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우아한 그런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해준은) 자기가 생각하는 바나 자기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한 사람”이라며 “‘남에게 강요하는 도덕이 아닌, 내 기준을 지키는 것이 어떤 꼴을 당하더라도 내 품위를 지키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의 시작에는 탕웨이가 있었다. “(2019년 방송된 영국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할 때 정서경 작가가 영국에 가족과 함께 놀러 왔어요. 만나서 차기작 얘기를 하는데 정 작가가 ‘그러면 이번엔 여자 주인공을 중국인으로 하자’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랬더니 ‘그래야 탕웨이를 캐스팅할 수 있잖아요’라고 하는 거예요(웃음).” 늘 새로운 것에 끌린다는 박 감독은 “영화 삽입곡 ‘안개’를 앞부분에는 정훈희 버전으로, 엔딩 자막 때는 정훈희·송창식 버전으로 담았는데, 두 선생님을 모셔서 녹음하는 영광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이날 뤼미에르 대극장은 상영 1시간 전인 오후 5시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큰 혼잡을 이뤘다. 세계 각국의 배우와 감독들도 박 감독의 신작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오후 5시40분께 행사 차량을 타고 극장 앞에 도착한 박 감독과 주연배우 박해일·탕웨이는 관객들의 입장을 기다리면서 담소를 나눴다. 모두가 입장을 마친 뒤 박 감독과 두 배우는 레드카펫을 걸으며 세계 취재진을 상대로 자세를 잡았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영접을 받으며 극장 안에 도착한 박 감독 일행에게 2천여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자 또다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 감독은 두 주연배우와 정 작가 등 동행자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박 감독의 신작에 대해 외신들은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리뷰 기사와 함께 별 다섯개 만점을 줬고, 미국 연예 전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월드클래스 아티스트가 정상에서 벌인 게임”이라는 한줄 평을 내놨다. 영국 영화 매체 <스크린 데일리>는 <헤어질 결심>을 형사가 한 여인을 만나 인생의 큰 변화를 겪는다는 점에서 ‘네오(새로운)누아르’로 명명하며 새로운 시도를 높이 샀다.

현장 관객들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스스로를 ‘시네필’(영화광)이라고 소개한 한 20대 프랑스인은 “굉장한 시간이었다”며 “연기도 뛰어났고 연출도 좋았다”고 했다. 박 감독의 팬이라고 밝힌 그는 “<올드보이>를 좋아하고 영화 <아가씨>도 봤다”고 했다. 모로코 지역 라디오 방송국 책임자인 빌랄 마르미드는 “시나리오만 놓고 보면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하다고 본다”며 “작은 부분까지 자신의 색깔을 넣으려고 한 박 감독의 열정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처럼 호평이 잇따르면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칸/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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