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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헤어질 결심’ 한국인만 이해할 점들이 많아 긴장된다”

등록 2022-06-02 15:45수정 2022-06-03 02:51

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에서 심경 밝혀
탕웨이 “박 감독님이 나를 안심시켜줘서 감사”
박해일 “박 감독님과의 작업, 내게도 기회 왔다”
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에 앞서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에 앞서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 영화제서 수상한 것보다는 국내에서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다. 특히 이 영화는 전작들보다 좀 더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점들이 많다. 그래서 국내 관객의 반응이 제일 궁금하고 긴장된다.”

‘깐느 박’ 박찬욱 감독은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받은 환대를 뒤로하고 국내 팬들의 반응을 궁금해하는 보통의 감독으로 돌아와 있었다. 2일 서울 종로구 제이더블유(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진행된 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에서 박 감독은 “(칸)영화제가 좀 달라져서 상장뿐만 아니라 트로피가 새로 생겼다. 받는 게 보기도 좋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주연배우 탕웨이와 박해일도 참석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각) 폐막한 제75회 칸영화제에서 박 감독은 경쟁부문 초청작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4년 영화 <올드보이>로 칸 경쟁부문에 처음 진출한 그는, 당시 2위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후 5년 만인 2009년 영화 <박쥐>로 다시 칸 경쟁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2016년 영화 <아가씨>로 다시 칸 경쟁부문을 찾았지만, 수상하지는 못했다. 이어 이번 감독상 수상으로 네 번 초청에 세 번째 트로피를 영예를 안았다.

박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은, 칸의 총애를 받아온 이 거장이 자신을 사로잡았던 영화 형식으로 만든 익숙하고도 새로운 러브스토리다. 고전 형사물의 드라마적 기법을 바탕으로 언어가 다른 두 사람의 내밀한 연정을 폭력과 섹스 같은 자극적 장면 없이 담백하게 그려냈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주연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췄다.

75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왼쪽부터), 배우 탕웨이, 박해일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영화 &lt;헤어질 결심&gt; 제작보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75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왼쪽부터), 배우 탕웨이, 박해일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는 형사물과 로맨스를 절묘하게 담아냈다. 박 감독은 “정서경 작가와 함께 각본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점이 ‘한쪽으로 기울지 말자’였다. 칸에서 인터뷰 중 누군가 내게 ‘50%의 수사 드라마와 50%의 로맨스 영화라 표현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묻길래 ‘그보다는 100%의 수사 드라마와 100%의 로맨스 영화’라고 답했다. 둘을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수사물과 로맨스물의 플롯이 일치한다”고 했다. 

전작들과의 차별성에 대해선 “전작들에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표현들을 서슴지 않았다. 반면 <헤어질 결심>은 그런 자극성을 낮추고 감정을 숨기는 인물들을 들여다보려고 했다”며 “전작들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폭력과 정사 장면, 노출 장면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구사했는데, 그런 영화는 관객들에게 들이대듯 바짝 눈앞에 가져다 대는 류의 영화였다. 이번엔 감정을 숨긴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관객이 ‘저 사람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나’ 가까이 스스로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작업은 미묘하고 섬세해야 했다. 변화를 잘 들여다봐야 하는 건 다른 자극적 요소를 낮춰야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섬세하고 여린 목소리의 가수가 노래하는데 연주가 화려하면 안 맞지 않나. 이 작품도 그렇게 반주를 낮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영어로 된 티브이(TV) 시리즈를 하고 있다. 내 꿈은 영어 작품 하나, 한국어 작품 하나 번갈아 가면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 탕웨이(왼쪽)와 박해일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영화 &lt;헤어질 결심&gt; 제작보고회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탕웨이(왼쪽)와 박해일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주연배우 탕웨이, 박해일도 영화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탕웨이는 “안녕하세요. 탕웨이입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뒤 “이곳에 함께여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칸에서 첫 느낌은 너무 오랜만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다 같이 영화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찬란했다”고 밝혔다.

김태용 감독의 <만추> 이후 11년 만에 한국 작품에 출연한 그는 박 감독으로부터 작품 이야기를 들으면서 흥분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외국어(한국어)로 연기해야 하지만 안심되고 걱정이 없어졌어요. 박 감독님 영화 스타일을 매우 좋아하는 팬으로서 함께 작업한 게 행운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후반 작업 과정에서 감독님은 배우들에게 걱정하지 않게 하는, 안심시켜주는 감독이라는 걸 느꼈어요. 배우로서 집중해서 해야 할 일만 하면 됐죠. 다시 한번 감독님께 크게 감사드립니다. 나 때문에 인내하고 용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탕웨이는 “박 감독님의 예전 작품이 김치 맛이라면, 이번엔 청량한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데뷔 후 첫 형사 역할에 도전한 박해일은 “칸 영화제를 통해 이렇게 스크린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거 자체가 오랜만이었다”고 운을 뗐다. “드디어 박 감독님과 작업했네요. 내게도 마침내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형사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감독님이 수사극 안에서 멜로와 로맨스 지점들을 보여주신다고 하니 너무 궁금해지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그 전 감독님 작품에서 결이 변화된 부분들도 느껴졌어요. 담백한 톤도 느껴졌고요. 내가 좀 더 뛰어들어갈 수 있고 호기심이 커져서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한국 관객 앞에 개봉을 하게 돼 너무 좋습니다.”

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lt;헤어질 결심&gt;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박 감독의 마지막 발언은 극장을 찾아달라는 주문으로 이어졌다. “이제 거리낌 없이 영화관 가서 영화 보는 시대가 왔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사운드와 이미지 양쪽 면에서 모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영화들이 코로나로) 개봉을 못 하고 있어서 후반 작업이 길었거든요. 끝없이 만지다 보니 내 영화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후반 작업이 됐습니다. 극장에서 보시길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이어 “영화 산업이 붕괴 직전에 있는 상황에서 <헤어질 결심>뿐만 아니라 송강호 배우가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은 <브로커>도 봐주시고 <범죄도시2>도 봐주시고, 한국 영화가 아니어도 좋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게 이런 거였지’ 하며 잊고 있던 감각을 되살려주시길 권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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