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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새로운 ‘칸’을 채우다…박찬욱 감독·송강호 남자배우상

등록 2022-05-29 06:27수정 2022-05-30 02:12

[오승훈의 이 칸 저 칸] ⑮ 송강호·박찬욱…한국영화 2관왕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상
‘브로커’ 송강호 최우수남자배우상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은 송강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 공식 인스타그램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은 송강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 공식 인스타그램

한국 영화, 세계영화계의 주류임을 입증하다.

제 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감독상과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동시에 받았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가 한국 영화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한 쾌거라 할 만하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두 한국 영화가 모두 수상을 했다는 점에서, 2019년 <기생충>의 칸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한국 영화는 또 한번 새 역사를 썼다.

28일 저녁(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먼저 터져나온 낭보는 송강호의 최우수남자배우상 수상이었다. 한국 남자 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네치아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강호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기자들을 중심으로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송강호는 옆자리의 고레에다 감독, 강동원과 포옹을 나눈 뒤 감격스런 표정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송강호는 불어로 “메르시 보꾸(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함께 출연한)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씨에게 깊은 감사와 이 영광 나누고 싶다”며 “같이 온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이 트로피의 영광을,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고레에다 감독의 경쟁 부문 진출작 <브로커>에서 불법 입양 브로커이지만 선의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 상현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브로커>는 가족의 범주를 확장해온 거장 고레에다 감독이 만들어낸 순하고도 착한 로드무비다.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 공식 인스타그램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 공식 인스타그램

한국 배우가 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밀양>(2007)으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탄 전도연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배우가 칸영화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은 것은 <화양연화>(2000) 량차오웨이(양조위), <아무도 모른다>(2007) 야기라 유야에 이어 세 번째다. 송강호가 칸의 초청을 받은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인 만큼 <브로커>의 초청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최우수남자배우상 수상 가능성이 점쳐졌다.

한국 영화계의 경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송강호 수상에 이어 감독상 수상자로 박찬욱이 호명됐다. 박 감독은 박해일과 포옹을 나눈 뒤 웃는 얼굴로 시상대에 올랐다. 그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영화와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만큼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고 믿는다”며 “이 영화를 만드는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씨제이 이엔엠(CJ ENM)과 이미경 씨제이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많은 크루들(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도 박해일 그리고 탕웨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뭐라 말로…(표현할 수 없다)”라며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했다.

박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은, 칸의 총애를 받아온 이 거장이 자신을 사로잡았던 영화 형식으로 만든 익숙하고도 새로운 러브스토리다. 고전 형사물의 드라마적 기법을 바탕으로 언어가 다른 두 사람의 내밀한 연정을 폭력과 섹스 같은 자극적 장면 없이 담백하게 그려냈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주연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췄다.

2004년 영화 <올드보이>로 칸 경쟁 부문에 처음 진출한 박 감독은, 당시 2위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후 5년 만인 2009년 영화 <박쥐>로 다시 칸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2016년 영화 <아가씨>로 다시 칸 경쟁 부문을 찾았지만, 수상을 하지 못했다. 이어 이번 감독상 수상으로 세 번째 칸 트로피를 안았다.

한편, 칸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루카스 돈트 감독의 <클로즈>(CLOSE)와 클레어 드니 감독의 <스타스 앳 눈>(STARS AT NOON)이 공동 수상했다. 각본상은 타리크 살레 감독의 <보이 프롬 헤븐>(BOY FROM HEAVEN)에 돌아갔고, 최우수 여자배우상은 <홀리 스파이더>의 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가 수상했다. 심사위원상은 펠릭스 반흐루닝과 샤를로트 반데르메이르스 감독의 <디 에이트 마운틴스>(THE EIGHT MOUNTAINS)와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이오>(EO)가 공동 수상했다. 황금종려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 <토리와 로키타>의 다르덴 형제 감독은 75주년 특별상을 받았다. 단편 황금종려상은 천첸잉 감독의 <더 워터 머머스>(THE WATER MURMURS)가 받았고, 이정재 감독이 수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 황금카메라상은 라일리 키오·지나 가멜 감독의 <워 포니>(WAR PONY)가 받았다. 

칸/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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