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찰리 푸스 내한공연. 찰리 푸스 에스엔에스(SNS) 갈무리
요즘 한국은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뜨거운 거점이 된 모양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기 정상 팝스타들이 줄줄이 한국을 찾고 있다. 올해 들어 해리 스타일스, 브루노 마스, 포스트 말론, 샘 스미스, 찰리 푸스 등이 내한공연을 했고, 전설적인 밴드 오아시스 출신 노엘 갤러거도 다음달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한편, 한국에서 탄생한 케이(K)팝은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그룹 활동을 중단했는데도 멤버별 솔로 활동으로 여전한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룹 블랙핑크는 단일 투어로는 방탄소년단 다음으로 큰 규모의 월드투어를 최근 마쳤다.
지난 주말 찾은 두 공연 현장은 이런 두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먼저 지난 20~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찰리 푸스 내한공연. 보통 1만 관객 규모인 이곳에 1만5000명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애초 이틀 공연 예정이었으나 표가 순식간에 매진되는 바람에 하루 더 늘려 사흘간 4만5000명의 관객이 들었다.
관객들은 거의 모든 곡을 ‘떼창’했다. 관객들이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 객석을 은하수로 만들자 푸스는 “믿을 수 없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며 감격했다. 한국 관객에게 감격한 팝스타는 다음 투어 때도 반드시 한국을 찾는다. 한국이 아직 번번한 대형 전문 공연장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팝스타가 앞다퉈 찾는 나라가 된 데는 이처럼 열정적인 ‘케이관객’의 힘이 크다.
2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그룹 스트레이 키즈 공연.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 제공
22~2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는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공연을 펼쳤다. 방탄소년단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맹활약하고 있는 차세대 케이팝 대표 그룹이다. 데뷔 5년 만에 국내 최대 규모 실내공연장을 이틀간 채웠을 뿐 아니라, 일본 4개 도시 돔 공연장을 도는 ‘파이브스타 돔 투어 2023’을 진행 중이다. 후쿠오카·나고야·오사카 돔 공연을 마친 데 이어, 오는 28~29일 도쿄돔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공연에선 팬덤 ‘스테이’의 열광적인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일사불란하게 응원봉을 흔들고, 멤버들 몸짓 하나, 말 한마디에 환호성을 질렀다. 이런 ‘케이팬덤’ 문화는 전세계로 전이됐다. 케이팝의 성공은 열성적인 팬덤 문화의 글로벌화 덕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날 공연에는 다른 나라 관객들도 함께했다. 팬 이벤트용 슬로건 뒤에는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두 공연을 보면서 무대는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란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케이팝뿐 아니라 케이관객·케이팬덤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