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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또라이·암싸이·꼰대…지치지 않고 꿈꾸게 하는 공동체 꿈꿔요”

등록 2017-08-01 20:29수정 2017-08-01 22:33

【짬】 아침편지문화재단 고도원 이사장

지난 8월1일로 꼬박 16년째 ‘아침편지’를 배달하고 있는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지난 8월1일로 꼬박 16년째 ‘아침편지’를 배달하고 있는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몽골 초원에서 말 타는 것은 그의 젊은 시절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단순히 말을 타보는 것이 아니라 칭기즈칸 부대처럼 전속력으로 초원을 질주해보는 것이다. 그는 15년 전부터 해마다 여름 몽골 헨티아이막 빈데르 마을에 간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버스를 타고 16시간 가야 하는, 칭기즈칸이 태어난 마을이다. 한국에서 100여명의 일행이 함께 간다. 그리고 10일간 말을 탄다. 처음엔 안장에 오르는 것조차 서툰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의 구령에 따라 좌우로 열을 맞춰 달릴 만큼, ‘기마민족’의 본색을 드러낸다. 그러면 말문이 열리고, 가슴이 열린다. 그것이 그가 몽골 초원에서 말을 타는 이유다.

그는 말을 잘 탄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릎을 굽혔다 펴며 두 팔을 앞으로 뻗는 스쾃 동작을 하루 1천번씩 ‘꼭’ 할 정도다. “매일 아침 죽기 살기로 합니다.” 틈나는 대로 팔굽혀펴기도 한다. 독하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쓰는 고도원(65)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은 ‘엉뚱’하기도 하다.

“어릴적 왕따 홀로 책읽고 독서카드”
‘아침편지’ 16년째 362만명 받아봐
충주 ‘깊은산속옹달샘’ 연 10만명 힐링

“상처받은 이들 멍때릴 수 있도록”
젊은 예술인·암환자와 간병인·청소년
8년안에 ‘한울타리 소울 패밀리’ 목표

그가 조성한 명상치유센터인 ‘깊은 산속 옹달샘’의 도서관에 있는 수천 권의 분류는 독특하다. 주제별로 나뉜 것이 아니다. 책 표지의 색깔별로 책장에 꽂았다. 그러니 책장이 아름답다. 그의 아이디어다. 이름도 그가 붙였다. ‘무지개 책장’이다. “재미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책에 손이 가잖아요.”

그는 꼭 16년 전인 2001년 8월1일, 지인 250명에게 이메일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아침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처음 주변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의심스러워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아서…”라는 중국 작가 루쉰의 단편소설 <고향>의 한 구절을 소개하는 글로 시작한 그의 아침편지를 받아보는 이는 현재 362만명을 넘어섰다.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고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문을 5년간 썼던 그가 정치권에서 벗어나, 2009년 충주시 자주봉산 중턱에 ‘깊은 산속 옹달샘’을 지을 때도, 역시 주변에서는 그 미래를 의심했다. 하지만 현재 센터에는 일년에 10만명이 찾아와 힐링의 시간을 보낸다. 청소년 멘토 프로그램인 ‘링컨학교’와 기업 및 단체를 위한 힐링연수 프로그램 ‘휴잠’ 등 명상치유 과정을 운영 중이다. 이 센터는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국내 웰니스 관광 25곳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됐다. 웰니스 관광은 관광과 힐링(치유)을 결합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고 이사장은 요즘 또 다른 ‘엉뚱한 생각’을 현실에 옮기고 있다. “세상의 젊은 ‘또라이’들을 다 모으려고 합니다. 그들에게 아무런 일도 주지 않고 그냥 온종일 ‘멍때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그래서 꿈꾸는 것에 지치지 않는 젊은이들을 만들고 싶어요.” 예술적 소질이 있는 가난한 젊은이들에게 창작혼이 활활 타오르도록 무료로 숙소와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왕따를 당하거나 상처를 입은 젊은이들이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했다. “전 어릴 때 철저히 왕따를 당했어요. 가난한 목사의 아들이라 전학을 자주 다녔어요. 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었어요.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는 예외 없이 괴롭힘을 당했어요. 심지어 인분통에 빠뜨려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싸웠어요. 이겨야 했으니까요.” 그는 태권도 같은 무술을 배우진 않았지만 혼자 발차기를 수련해, 누구와의 싸움에도 지지 않을 배짱과 싸움 기술을 터득했다. 그리고 고립된 시간에는 책을 읽었다. 그때부터 만들었던 수많은 독서카드가 아침편지를 쓰는 토대가 됐다.

“김대중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아널드 토인비 박사의 <역사의 연구>를 소개하시더군요. 이미 15번 그 책을 읽었다고 하니 깜짝 놀라셨죠.”

40대 중반 가벼운 뇌졸중을 경험한 뒤 그는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바쁘기만 했던 청와대 사무실에서 새소리와 빗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놓치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소중한지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는 그때부터 명상을 공부하고, 세계적인 명상센터를 살펴보며 한국적 힐링센터를 구상했다. “이제는 유기농이 아니라, 자연농 시대입니다. 그냥 자연에서, 어떤 인위적인 손길도 닿지 않은 채 자란 야채 등을 보급하려 합니다.”

그는 ‘암싸이’(암과 싸워 이긴 이)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간병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청소년 꿈수련센터와 삶에 지친 아버지들이 활력을 찾을 아버지센터, 디지털 산업의 메카도 준비하고 있다.

고 이사장은 이런 아이디어를 묶어 ‘한울타리 소울 패밀리’라는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뜨리는 원대한 구상도 갖고 있다. “처음엔 꿈이었던 ‘아침편지’나 ‘깊은 산속 옹달샘’이 현실화된 것처럼, ‘소울 패밀리’의 꿈도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것입니다.”

“8년 안에 16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실현되는 꿈입니다. 또 하나의 기적을 이루는 꿈 너머 꿈을 꾸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굳은 표정을 미소 띤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치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는 그가 환하게 웃는다. 넉넉하고 자연스럽다.

충주/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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