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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내 선택에 반응하고 변화하는 세계, 게임의 이상

등록 2020-12-04 19:07수정 2020-12-05 02:31

[토요판] 최태섭의 어른의 게임
29. 최고의 게임
출처 사이버펑크 2077 한글판 누리집
출처 사이버펑크 2077 한글판 누리집

연말이면 게임 언론들과 단체들에서 선정한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GOTY)이 발표된다. 올해의 게임은 각 단위들에서 선정된 올해의 게임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집계되는데 2019년에는 79개의 ‘고티’를 거머쥔 <데스 스트랜딩>이 최다 선정작이 되었다. 선정작이 발표될 때마다 그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의 대격돌이 거의 모든 게임커뮤니티들에서 벌어진다.

하지만 올해 최고의 화제작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게임이다. 수년간의 개발 기간과 발매 연기를 거쳐 12월10일 드디어 세상에 등장하는 ‘사이버펑크 2077’이 그 주인공이다. ‘사이버펑크 2077’은 ‘위쳐’ 시리즈를 제작한 시디피아르(CDPR)가 새롭게 선보이는 롤플레잉 게임이다. ‘사이버펑크’는 에스에프(SF)의 하위 장르 중 하나로, 대체로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그린다. 일반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설정들은 극단적인 신체개조기술로 인간성이 의문에 빠지고, 탐욕스러운 초거대기업이 국가를 대체하고, 극단적인 빈부격차 속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부유층과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빈곤층이 대비를 이루는 모습 같은 것들이다.

사이버펑크 2077은 테이블 톱 롤플레잉 게임인 ‘사이버펑크 2020’의 설정과 세계관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게이머는 ‘나이트시티’라는 도시에서 길거리의 부랑아나, 황무지의 떠돌이, 기업의 일원 중 하나가 되어 2077년을 살아가게 된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게임에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관심을 쏟았던 것은 위쳐 시리즈의 개발사가 만든다는 후광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사이버펑크 2077은 우리에게 살아 있는 나이트시티를 약속했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묘사된 그럴듯한 외형만이 아니라 게임 속에서 내가 하는 선택이 실제로 주인공의 운명을 바꾸고 나아가 도시의 운명도 바꿀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내가 하는 선택과 행동에 진짜로 반응하고, 그것에 의해서 변화하는 세계는 게임이라는 장르가 추구하는 궁극의 이상이다. 인간은 상상력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그 어느 존재보다도 강고한 현실도 갖고 있다. 이 현실을 넘어 상상력의 한계를 풀어 헤쳐 보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든 한번쯤 가져봄 직한 꿈이다. 그리고 게임은 단순히 보거나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한다는 측면에서 이런 꿈을 위한 도구로 가장 알맞다. 물론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실패해도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사이버펑크 2077이 얼마나 기대에 부합하는 게임일지는 아직 모른다. 아마도 실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게임을 만들려는 노력도, 그에 대한 기대도 계속될 것이다. 상상력과 재미가 없다면, 인간은 더없이 시시한 존재가 될 뿐이기에. <끝>

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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