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주립대학 댄 실러 교수
일리노이주립대학 댄 실러 교수 인터뷰
공공의 이익 외면하고 특정 계급의 이익만 대변
사회적 의제·여론 좌지우지…권언유착 이어져
공공의 이익 외면하고 특정 계급의 이익만 대변
사회적 의제·여론 좌지우지…권언유착 이어져
“미디어 집중은 언론 다양성을 해치고 사회의 공공적 이익이나 요구가 아닌 (거대 미디어를 후원하는) 특정 계급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 독점의 문제를 낳는다. 또 루퍼트 머독의 예에서 보듯, 권언유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광고를 판매하는 미디어렙은 광고주나 미디어회사들보다는 시청자를 대표해야 하며, 경영 상황을 정부 기관뿐만이 아니라 엔지오나 공공단체, 또는 노조에 보고해야 한다.”
종편 출범을 앞둔 한국 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미디어 집중의 문제점과 그 부작용을 줄일 해법을 듣기 위해 댄 실러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교수(사진·도서관·정보과학)를 지난 16일 전자우편과 전화를 통해 인터뷰했다. 그는 오랫동안 미디어 집중, 정보(문화) 제국주의, 미디어의 정치경제적 구조 등의 연구에 매진해왔으며 뛰어난 업적으로 이 분야의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객관성과 뉴스>, <커뮤니케이션 이론>, <정보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미국 텔레커뮤니케이션에서의 사회적 운동> 등의 저서를 펴냈으며 한국에는 <디지털 자본주의>라는 책이 번역돼 있다.
그는 종편을 또 다른 케이블 채널 방송의 등장이라는 미시적 관점보다는 한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변화, 계급적 이해의 반영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그는 미디어 집중과 이종매체 간 교차소유가 “전세계적으로 여러 미디어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보기에, 이런 미디어 집중과 교차소유는 두 가지 이유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첫째, 집중의 가속화는 “지금까지 작은 매체들이 확보할 수 있었던 작은 경제적 이익마저 앗아간다.” 작은 매체들의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세계 많은 정부들이 각각의 미디어 인수·합병에 대해 독점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둘째, 미디어의 집중은 필연적으로 특정 계급의 커뮤니케이션 독점과 연결돼 있다.
실러 교수는 각국의 미디어 시스템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집중을 통한 미디어의 거대화 그 자체보다는 미디어 집중을 통해 단 하나의 사회 계급이 커뮤니케이션 수단(전통 미디어 및 뉴미디어를 모두 포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독점한다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 이런 주장은 거대 보수신문들이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보수적 정치 권력과 기업 자본을 등에 업고 기존의 지상파와 영향력 측면에서 엇비슷한 종편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독점한 한국의 현실을 잘 설명한다.
실러 교수는 이런 특성을 가진 미디어 집중은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결과로 이어진다고 단언했다. ‘권언유착’이 대표적이다. 최근 영국에서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공룡 미디어복합체 ‘뉴스 코퍼레이션’이 저지른 불법도청 사건의 사례는 ‘미디어 재벌’의 권언유착 행보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다시 한번 촉발했다.
머독은 <더 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폭스뉴스> 등 전세계적으로 700여개의 언론사를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미디어 재벌이다. 이런 강력한 미디어 힘을 바탕으로 머독은 “북아메리카,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 3개 대륙에서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세력(정부도 포함해서)과 유착관계를 형성했다”고 실러 교수는 분석했다. 이러한 유착은 분명하게 “(머독)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유착 세력들은 뉴스 코퍼레이션의 경제적 이익을 도와주거나 최소한 방해하지 않는 정책을 만들어왔다.
한국 사회에서 종편의 출범 역시 권언유착이라는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보수 신문과 유착을 통한 장기집권 발판 마련’이라는 비판에 “미디어 산업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언론법 개정 이후 애초 예상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조중동에 종편을 허용했다. 실러 교수는 뉴스 코퍼레이션이 자사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동시에 우파 세력과 구축한 연대가 더욱 포괄적인 우파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의제를 구축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머독은 미국에서 몇 년 전에 닉슨 전 대통령의 친구인 월터 애넌버그(신문, 잡지, 티브이 등 수십개의 매체를 소유했던 미디어 재벌)의 강력한 후원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뉴스 코퍼레이션이 소유하고 있는 <폭스뉴스>는 이른바 ‘레이건 개혁’ 때 중심 역할을 했던 로저 에일스(폭스뉴스채널·폭스텔레비전 그룹 회장)의 비호 아래 강경 우파의 선동과 선전의 첨병이 된 지 오래다.”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허용 등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독점은 사회적 의제의 장악, 여론 장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장악한 특정 계급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적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얘기하자면 미디어 다양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사회의 공공적 이익이나 요구가 아닌 (거대 미디어를 후원하는) 계급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본가 계급을 대변하는 미국의 지배적 상업미디어는 미국 국민들에게 사건이나 재난, 선정적인 내용을 제외하고는 외부 세계의 뉴스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지구상의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상의 현실을 기묘하게도 세계화의 중심 무대인 미국에서는 알 수 없다. 이는 문제를 상호교감 속에 해결하는 것을 막고,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해결책을 국민들이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숱한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아프리카에서부터 파키스탄까지 방대한 지역에서 계속해서 값비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렇다면 미디어의 교차소유가 늘어나고 인수합병이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미디어 공공성 확보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실러 교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안에서 또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통해서 공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문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오늘날 더 큰 정치적인 미제로 남아 있다”고 해법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그는 다만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더욱더 상업광고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여론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뉴스 미디어는 상업광고 의존 시스템으로부터 배제할 것을 주문했다. 이미 단행된 미디어 집중을 되돌릴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의 미디어 공공성 확보를 위해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시스템은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카본데일(미국)/글 박창섭 남일리노이대학 저널리즘스쿨 박사과정 사진 댄 실러 교수 제공
한국 사회에서 종편의 출범 역시 권언유착이라는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보수 신문과 유착을 통한 장기집권 발판 마련’이라는 비판에 “미디어 산업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언론법 개정 이후 애초 예상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조중동에 종편을 허용했다. 실러 교수는 뉴스 코퍼레이션이 자사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동시에 우파 세력과 구축한 연대가 더욱 포괄적인 우파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의제를 구축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머독은 미국에서 몇 년 전에 닉슨 전 대통령의 친구인 월터 애넌버그(신문, 잡지, 티브이 등 수십개의 매체를 소유했던 미디어 재벌)의 강력한 후원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뉴스 코퍼레이션이 소유하고 있는 <폭스뉴스>는 이른바 ‘레이건 개혁’ 때 중심 역할을 했던 로저 에일스(폭스뉴스채널·폭스텔레비전 그룹 회장)의 비호 아래 강경 우파의 선동과 선전의 첨병이 된 지 오래다.”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허용 등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독점은 사회적 의제의 장악, 여론 장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장악한 특정 계급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적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얘기하자면 미디어 다양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사회의 공공적 이익이나 요구가 아닌 (거대 미디어를 후원하는) 계급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본가 계급을 대변하는 미국의 지배적 상업미디어는 미국 국민들에게 사건이나 재난, 선정적인 내용을 제외하고는 외부 세계의 뉴스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지구상의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상의 현실을 기묘하게도 세계화의 중심 무대인 미국에서는 알 수 없다. 이는 문제를 상호교감 속에 해결하는 것을 막고,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해결책을 국민들이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숱한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아프리카에서부터 파키스탄까지 방대한 지역에서 계속해서 값비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렇다면 미디어의 교차소유가 늘어나고 인수합병이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미디어 공공성 확보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실러 교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안에서 또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통해서 공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문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오늘날 더 큰 정치적인 미제로 남아 있다”고 해법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그는 다만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더욱더 상업광고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여론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뉴스 미디어는 상업광고 의존 시스템으로부터 배제할 것을 주문했다. 이미 단행된 미디어 집중을 되돌릴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의 미디어 공공성 확보를 위해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시스템은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카본데일(미국)/글 박창섭 남일리노이대학 저널리즘스쿨 박사과정 사진 댄 실러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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