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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무책임 넘어 방종 드러나…상업적 미디어 환경 바꿔야할 때”

등록 2011-08-30 21:07수정 2011-08-31 11:18

런던시티대학 이오시피디스 교수
런던시티대학 이오시피디스 교수
미디어 공룡 종편의 습격
런던시티대학 이오시피디스 교수 인터뷰
불법도청 사건은 ‘미디어권력 견제’ 필요성 제기
우리가 어떤 미디어 시스템 원하는가 질문해야
영국 미디어 정책 및 공영방송 전문가인 페트로스 이오시피디스(47) 런던시티대 교수는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선 거대 미디어기업의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디어 집중을 억제하는 규제의 강도를 높여 여론의 다양성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영국의 미디어 정책과 규제, 공영방송 및 디지털 전환정책 등을 연구해온 그를 지난 16일 전자우편을 통해 만났다.

-거대 미디어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난 7월 루퍼트 머독 소유 신문사의 불법도청 사건은 단순히 머독의 미디어 그룹이 잘못된 행위를 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른바 ‘제4부’로서 언론의 역할, 미디어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미디어 집중을 견제하는 법규를 강화해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규제가 가능한가?

“영국에서 미디어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규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2003년 도입된 커뮤니케이션법에 따라 미디어 합병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익성 테스트’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20-20룰’로 불리는 것이다. 신문시장에서 20%를 초과하는 점유율을 가진 사업자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국 지분의 20%를 초과해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들 규제는 의미가 있지만 공공성과 다양성을 지켜내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

-왜 그런가?

“두가지 모두 (한 신문사가 다른 방송사를 사는 따위의) 합병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여론 다양성에 대한 침해는 합병을 통해 거대 미디어기업이 탄생할 때도 일어나지만, 한 언론사가 수년에 걸쳐 여론 지배력을 높인 반면 다른 언론은 그만큼 크지 못했을 때도 발생한다.”


-어떤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한가?

“시장모델만이 오로지 존속가능하다는 주장의 허상을 파헤칠 위원회 같은 게 필요하다. 이 위원회에는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 공무원들만 참여할 게 아니라, 날마다 세상이 어떻다는 걸 뉴스를 통해 알게 되는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미디어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를 위해선 어떤 미디어 시스템을 우리가 원하는가를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디어 재벌에 아부하는 정치인들이 수년간 규제를 완화해온 결과 나타난 상업적 미디어 환경을 대체할 새로운 미디어 시스템을 건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주주에게 봉사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헌신하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미디어다. 그리고 더 많은 책임성과 높은 도덕적 기준이다. ”

-어떤 규제들이 나올 수 있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모니터하고 소유를 규제할 수 있는 정책틀을 마련해야 한다. 한 언론사의 규모와 시장점유율이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면 강력한 여론 다양성 보호장치가 가동돼야 한다. 의회는 미디어 시장을 점검하는 적절한 틀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논의해야 한다. 아울러 독립제작사 의무 위탁 비율, 자율적인 미디어 윤리 규제와 같은 여론 다양성과 저널리즘의 품격을 보장하는 제도적 틀도 논의해야 한다.”

-이런 미디어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정치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치권력과 미디어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어야 한다. 미디어는 법을 지켜야 하고 강력한 책임성 규정에 복속해야 한다. 의회는 기준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독립적인 기구에 의해 집행돼야 한다.”

-자율규제는 한계를 노출한 것인가?

“불법도청 사건으로 신문의 행태가 무책임을 넘어 방종에 이르렀다는 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자율기구인 ‘신문불만처리위원회’(PCC)는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이 기구는 개혁돼야 한다. 그렇다고 자율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언론의 독립성과 책임성 및 윤리성을 어떻게 조화시킬까 하는 것이다. 신문은 전통적으로 방송에 비해 덜 엄격한 규제를 받았다. 하지만 융합의 시대에는 더 이상 그런 생각에 의존할 수 없다. 모든 미디어를 통괄하는 하나의 프레임이 필요하다.”

이오시피디스 교수는 그리스 태생으로 영국 웨스트민스터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정책>(2011), <공공서비스 커뮤니케이션의 재발견>(2010), <유럽의 공영방송: 기술변화와 새로운 전략>(2007) 등의 저서를 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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