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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에는 좋은 얘기가 참 많습니다. 좋은 얘기인 만큼, 현실과 멀어보이는 것도 사실이지요. 이를테면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지만, 기실 사람들은 행복추구권의 실제 내용을 짐작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는 데 행복하길 원하지 않은 사람도 있나,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들지요.
최근 유럽의 대표적인 가톨릭국가인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 1993년까지만 해도 헌법에 결혼을 이성간의 계약으로 규정하고, 동성결혼을 불온시했던 나라입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 동성애 반대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선 참으로 먼 얘기입니다.
동성결혼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에 나온 행복추구권을 ‘추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영화사 대표가 주인공입니다. 이들이 지난 2013년 9월 올린 결혼식은 우리나라 첫 공개적인 동성결혼식으로 사회적 이슈가 됐었죠. 다음달 4일 개봉하는 다큐 영화 <마이 페어 웨딩>(감독 장희선)은 이들이 결혼식을 치르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결혼식이라는 인생의 중대사 앞에서 두 연인이 성격차로 다투는 과정도 고스란히 잡혔습니다. 예식을 앞둔 여느 이성 연인들과 다름없은 모습입니다.
동성애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동성애로 인해 고통받고 차별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선 고민해 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결혼식에 김조광수 감독의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이 앞으로 나왔으면 한다. 부모들이 힘을 합해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승환 대표는 “주변에서 우리도 결혼을 할 수 있구나 하면서 도움말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는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영화에 나오진 않지만, 이들의 결혼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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