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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도 한국 독립영화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영화인들과 이들의 작품을 격려하기 위한 ‘제1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이 지난 1일 열렸습니다. 독립영화계에서 순수 영화상을 만든 것은 처음입니다.
한국인이 하지 못한 영화상을 만든 이는 미국 출신 한국영화 평론가 다시 파켓(42)입니다. 그는 1998년부터 한국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돈의 맛> 등에도 출연했으며, <괴물> 등 150여편의 한국 영화 자막 번역과 감수도 맡았을 정도로 ‘한국 영화 사랑’이 남다른 인물입니다. 한국 저예산 독립영화를 야생에서 모진 풍파를 이기고 자라난 들꽃에 비유해 상의 이름을 지었다네요.
들꽃영화상은 지난해 개봉한 순제작비 10억원 미만의 한국 저예산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9개 부문을 시상했습니다. 제주4·3 사건을 다룬 오멸 감독의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는 최우수작품상과 촬영상(양정훈)을 거머쥐었습니다. 감독상은 본격 사회 비판 애니메이션 <사이비>의 연상호 감독, 신인감독상은 <가시꽃>의 이돈구 감독이 받았습니다.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은 장률 감독의 <풍경>, 다큐멘터리 심사위원상은 정재은 감독의 <말하는 건축 시티: 홀>이 차지했고요. 남우주연상은 <가시꽃>의 남연우, 여우주연상은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의 정은채, 신인배우상은 <배우는 배우다>의 이준에게 돌아갔습니다.
지난해 한국 독립영화의 성과는 적잖았습니다. <지슬>은 14만3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작품성은 물론 흥행성에서도 큰 결실을 거뒀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사이비>는 포르투갈 판타스포르투 국제영화제 각본상, 스페인 시체스국제영화제 애니메이션 최우수 작품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지난해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든 한국영화는 <지슬>이 유일합니다. <로마 위드 러브>, <마지막 4중주> 등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해외 다양성 영화가 7편이나 된 것에 견주면 다소 초라한 성적이지요. 들꽃영화상을 계기로 앞으로 한국 독립영화가 관객과 좀더 가까워지기를, 더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기를 바랍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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